2026년 1월,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종목의 벽을 허문 두 천재의 만남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돌격대장’ 황유민 선수가 자신의 오랜 우상인 ‘페이커’ 이상혁을 만난 뒤 보여준 환한 미소는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필드 위에서 누구보다 당당한 승부사인 그녀조차 수줍은 소녀 팬으로 만든 이 만남은, 페이커라는 인물이 가진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미국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e스포츠에는 ‘페이커’ 이상혁이 있다.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선수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자 살아있는 신화가 된 그의 이야기를 2026년 현재의 시점에서 정리한다.
1. 전설의 서막: ‘고전파’의 등장과 지각변동
이상혁의 서사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추어 시절 ‘고전파’라는 닉네임으로 이미 전설적인 실력을 자랑하던 그는 SKT T1(현 T1)에 영입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데뷔전에서 당시 최고의 미드라이너를 상대로 압도적인 솔로 킬을 따내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그는, 그해 곧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페이커 시대’의 화려한 개막이었다.
2. 왜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인가
페이커를 수식하는 가장 흔하면서도 강력한 비유는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다. 단체 종목에서 한 명의 선수가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왕조를 건설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 독보적인 커리어와 ‘V6’의 금자탑: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서 6번의 우승(두 차례의 쓰리핏)을 달성했듯, 페이커는 2025년 롤드컵까지 제패하며 **통산 6회 우승(V6)**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롤드컵 3연패(Three-peat)는 e스포츠 역사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신의 영역이다.
- 종목 그 자체를 상징하는 아이콘: 농구를 몰라도 조던을 알듯, 게임을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종목의 인지도를 전 세계 주류 스포츠 반열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인물이다.
- 승부사 기질과 클러치 능력: 위기의 순간마다 팀을 구해내는 그의 플레이는 조던의 ‘더 샷(The Shot)’처럼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3. 시련을 딛고 피어난 ‘청룡장’의 영예
조던이 잠시 코트를 떠났다가 복귀해 다시 정점에 섰던 것처럼, 페이커의 여정도 늘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7년 결승전의 눈물, 손목 부상으로 인한 은퇴 위기론, 숱한 세대교체의 바람 속에서 “이제 페이커의 시대는 끝났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성숙해진 기량으로 2020년대 중반을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다. 이러한 불굴의 의지와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1월 2일 페이커는 e스포츠 선수 최초로 대한민국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1등급)’을 수훈했다. 이는 그가 손흥민, 김연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적 영웅임을 국가가 공인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4. 코트 밖의 거인: 인성과 철학
황유민 선수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 스포츠 스타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단순히 게임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구설수 하나 없는 깨끗한 사생활, 독서와 명상을 생활화하는 내성적이면서도 깊은 성정은 동료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특히 천문학적인 해외 연봉 제의를 거절하고 한국 e스포츠의 자존심인 T1을 지킨 의리는 그를 진정한 ‘스포츠맨’으로 완성시켰다.
[에필로그] “유일무이한 존재를 꿈꾸며”… 두 천재의 동행
이날 만남 이후 황유민 선수는 벅찬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SNS를 통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처럼 언젠가는 LPGA 무대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작은 체구로 호쾌한 장타를 날리며 KLPGA를 주름잡는 ‘돌격대장’ 황유민의 공격성은, 협곡의 중심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쟁취하는 페이커의 모습과 궤를 같이한다. 전설을 마주하며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은 황유민이, 페이커가 그러했듯 자신의 필드 위에서 써 내려갈 기록들에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마이클 조던은 은퇴 후 전설이 되었지만, 페이커는 2026년 현재도 우리 곁에서 역사를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위대한 발걸음은 이제 황유민과 같은 또 다른 천재들에게 이어지며 한국 스포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