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만발하는 4월, 전 세계 골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드디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는 이 대회를 상징하는 최고의 영웅, 타이거 우즈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아킬레스건 파열로 결장했던 우즈는 올해 전혀 다른 충격적인 이유로 2년 연속 불참을 확정 지었다. 여기에 가족 문제로 불참하는 필 미켈슨까지 더해져, 올해는 1994년 이후 무려 30여 년 만에 두 명의 골프 전설이 모두 빠진 채 치러지는 마스터스가 됐다. 1997년 21세 최연소 우승을 시작으로 5차례나 그린 재킷을 입었고, 2019년 기적 같은 부활의 우승 드라마를 썼던 우즈의 빈자리는 팬들에게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마스터스라는 골프계 최대의 축제를 앞두고, 우즈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스포츠 지면이 아닌 사회면과 경찰 뉴스를 장식했다. 우즈는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틴 카운티 주피터 아일랜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던 중 앞서가던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우즈는 음주 및 약물 영향 운전(DUI)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1,15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는 2021년 오른쪽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던 대형 사고에 이은 또 한 번의 전복 사고이자, 2017년 이후 두 번째 DUI 체포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당시 경찰이 출동한 사고 현장의 상황은 대중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알코올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우즈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현장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땀을 비 오듯 뻘뻘 흘리고 있었고 동공은 심하게 확장되어 있었으며, 경찰의 현장 손상 테스트 지시를 따르기 위해 여러 차례 반복적인 주의를 받아야 할 만큼 인지 및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 심지어 우즈의 바지 주머니에서는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인 하이드로코돈 알약 두 정이 발견됐고, 이후 경찰의 소변 검사 요구마저 거부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언론에 공개된 경찰 바디캠 영상에는 우즈가 체포 전 누군가와 통화하며 “방금 대통령과 통화했다”, “지난밤 행동에 대해 매우 사과한다”며 횡설수설하는 안타까운 모습까지 담겼고, 결국 부주의한 운전으로 범칙금 통고를 받았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마스터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4월 3일, 우즈의 개인 전용기가 미국이 아닌 낯선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착륙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미국에 남아 자숙하거나 조사를 받는 대신 왜 훌쩍 유럽으로 떠난 것일까. 그 해답은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있었다. 우즈의 변호사 더글러스 던컨은 지난달 31일 법원에 무죄를 주장하는 한편, 우즈의 해외 치료 요청을 접수했다. 던컨 변호사는 “담당 의사의 권고에 따르면, 우즈의 임상적 상태가 매우 복잡하며 미국 내에서는 그의 사생활이 지속적으로 침해당하고 있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준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해외 출국의 당위성을 강력히 호소했다. 끝없는 대중의 시선과 언론의 추적 보도가 회복에 심각한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었고, 마틴 카운티 법원의 대런 스틸 판사가 4월 1일 자로 이를 이례적으로 승인하며 스위스행이 이뤄진 것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최고의 영웅이 맞이한 씁쓸한 몰락에, 현역 투어 동료 선수들도 언론을 통해 저마다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전 세계 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의 직설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쓴소리였다. 데이는 “우즈도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누구나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이기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타인을 위험에 빠뜨린 무책임한 행동을 꼬집었다. 또한 데이는 코스 위에서 모든 역경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던 우즈의 특성이 이번 사태에 독이 됐을 것이라며 예리하게 분석했다. 그는 “워낙 강한 의지를 가진 선수였기 때문에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런 자신감이 오히려 이번 상황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데이의 일침 이면에는 우상을 향한 깊은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 데이는 “우즈는 여전히 나의 영웅이다. 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도 그와 이 대회 때문”이라고 고백하며, 전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우즈의 심적 고통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지금 그가 겪고 있는 상황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그의 실패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성공을 바란다. 그런 환경 속에서 버텨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지금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따뜻한 응원을 건넸다.

골프 전설인 닉 팔도는 선배로서 보다 냉철하고 엄격한 시선을 보냈다. 팔도는 “지금 상황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즈를 걱정해야 한다는 점과 동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의 위대한 명성에 기대어 이번 사건의 무게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따끔한 경고였다. 반면, 우즈 특유의 기적적인 회복력을 굳게 믿는 동료도 있다. 해리스 잉글리시는 “그는 이 스포츠의 전설이다. 내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며 변함없는 굳건한 존경을 표했다. 나아가 쏟아지는 비난과 위기 속에서도 “그는 결국 이겨낼 것이다. 그는 싸우는 사람이고, 그것이 그의 방식”이라며 강한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수차례의 무릎 수술, 허리 수술, 그리고 2021년 생명마저 위협했던 끔찍한 대형 교통사고까지 수많은 신체적, 정신적 굴곡을 겪어온 타이거 우즈. 그는 현재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자신을 향한 미국의 차가운 시선과 쏟아지는 소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스위스 취리히에서 홀로 외로운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오거스타 내셔널에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던 그의 화려한 포효는 들을 수 없지만,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 실수에 대한 뼈아픈 비판과 그럼에도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주길 바라는 전 세계 팬들과 동료들의 엇갈린 시선이 이번 마스터스의 텅 빈 그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골프 황제의 씁쓸하고도 기나긴 스위스에서의 터널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번 그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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