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드라이버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멀리 치면 기회가 늘고,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를 끝내는 것은 결국 퍼팅이다. 드라이버가 돈이라면, 퍼팅은 더 돈이다. 우승 상금이 걸린 마지막 1m, 흐름을 바꾸는 5m, 추격자의 기세를 꺾는 10m 퍼트가 경기 전체를 지배한다.

최근 투어 현장에서 제로 토크 퍼터, 로우 토크 퍼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수들이 퍼터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유행 때문만은 아니다. 퍼팅 스트로크 때 헤드가 미세하게 열리거나 닫히는 움직임을 줄이고, 임팩트 순간 페이스를 좀 더 안정적으로 목표 방향에 맞추려는 시도다. 

제로 토크라는 표현이 쓰이지만, 실제로 토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 퍼터보다 비틀림을 줄여 스트로크의 재현성을 높이려는 설계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올해 가장 뚜렷한 사례는 김효주다. 김효주는 2026시즌 LPGA 투어에서 포티넷 파운더스컵과 포드 챔피언십을 연달아 제패했고, 이후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롯데 오픈까지 우승하며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 오픈 우승으로 올해 LPGA 2승, KLPGA 2승을 기록했다.

김효주의 3월 포드 챔피언십 우승은 퍼팅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월윈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종 합계 28언더파 260타로 넬리 코르다를 2타 차로 제쳤다. LPGA 공식 기록도 김효주가 최종 라운드 69타로 코르다를 따돌리고 포드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핵심은 그린 위였다. 김효주는 포드 챔피언십 나흘 동안 총 퍼트 수 110개, 라운드 평균 27.5개를 기록했다. 직전 파운더스컵에서도 총 퍼트 수 109개, 라운드 평균 27.25개였다. 두 대회 연속 110개 안팎의 퍼트 수로 우승을 완성한 셈이다. 

포드 챔피언십 1라운드와 3라운드에는 각각 61타를 쳤고, 3라운드에서는 7개 홀 연속 원 퍼트에 성공했다는 LPGA 보도도 나왔다.

<김효주 선수>

김효주가 이 시기에 사용한 퍼터는 랩골프의 링크 2.1 모델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블레이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임팩트 때 페이스 회전을 줄이도록 설계된 제로 토크 계열 퍼터다. 

샤프트가 중앙에 똑바로 꽂힌 낯선 형태가 아니라, 비교적 익숙한 외형을 유지한 점도 선수에게는 중요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어드레스 때 불편하면 실전에서 쓰기 어렵다. 퍼터 교체는 기술 선택이면서 동시에 심리 선택이기도 하다.

김효주가 올해 사용하는 랩 퍼터 LINK. 2.1
김효주가 2025시즌 사용한 랩퍼터 MEZZ.1

유해란의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도 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유해란은 2026년 6월 미국 미네소타주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75타로 윤이나를 2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LPGA는 유해란이 73-64-68-70타를 기록하며 우승했고, 2·3라운드에서 연속으로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냈다고 밝혔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유해란은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고 퍼트 수가 34개까지 치솟았다. 선두와 큰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그는 대회 도중 퍼터를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Skratch Golf는 유해란의 퍼터 교체가 첫 메이저 우승으로 이어진 중요한 장비 변화였다고 소개했다.

유해란이 2라운드부터 사용한 퍼터는 스카티 카메론 팬텀 11R OC 투어 프로토타입으로 확인된다. 스카티 카메론은 2026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자가 팬텀 11R OC 투어 프로토타입 퍼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유해란 선수>

이 모델의 OC는 온셋 센터(Onset Center)를 뜻한다. 샤프트를 퍼터 헤드의 리딩 에지보다 뒤쪽에 배치하고, 헤드의 무게중심선과 맞춰 페이스 회전을 줄이는 로우 토크 설계다.

타이틀리스트는 OC 퍼터가 로우 토크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타구감과 피드백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스카티 카메론 역시 OC 모델이 샤프트 위치를 헤드의 앞뒤 무게중심선과 맞춰 토크를 줄이고, 스퀘어한 느낌을 만들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스코티카메론 패스트백 OC(아래)와 팬텀 11R OC. 유해란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 패스트백 OC를 썼으나 2라운드부터는 팬텀 11R OC를 사용했다. 사진 제공=타이틀리스트

물론 퍼터를 바꾼다고 누구나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김효주와 유해란의 사례는 장비가 우승을 만들어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두 선수 모두 이미 세계 정상급 샷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다. 

다만 승부가 좁혀지는 순간, 퍼팅의 안정감이 전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김효주는 중장거리 퍼트를 넣으며 코르다의 추격을 끊었고, 유해란은 1라운드의 퍼팅 난조를 퍼터 교체와 감각 회복으로 돌파했다.

프로 골퍼가 퍼터를 자주 바꾸는 이유는 분명하다. 퍼팅은 가장 예민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같은 스트로크라도 그린 스피드, 잔디결, 긴장감, 손의 감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퍼터는 공을 굴리는 도구이지만, 선수에게는 리듬과 확신을 주는 장비다. 짧은 퍼트가 흔들리면 샷도 위축되고, 퍼팅이 살아나면 공격적인 아이언 샷도 가능해진다.

드라이버는 기회를 만든다. 하지만 퍼터는 그 기회를 점수로 바꾼다. 올해 김효주와 유해란이 보여준 장면은 그 단순한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제로 토크와 로우 토크 퍼터 열풍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더 멀리 보내기 위한 장비 경쟁이 아니라, 마지막 한 타를 덜 흔들리게 만들기 위한 경쟁. 결국 투어의 승부는 그린 위에서 닫힌다. 그리고 그 한 타가 우승과 준우승, 메이저 챔피언과 추격자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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