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3류라면 우리 정치는 몇 류일까.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은 필요하다. 감독 선임 과정도, 협회의 운영도 많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했다. 잘못이 있다면 비판받고,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서는 다른 의문이 든다.
과연 정치는 축구를 그렇게 호통칠 만큼 스스로 떳떳한가.
선거관리위원회는 특혜 채용과 친인척 채용 논란으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부실 선거 관리와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도 있었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개혁은 더디기만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는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이 반복됐고,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야당 역시 인사 논란과 끝없는 정쟁으로 국민의 피로감을 키워 왔다.
물론 국회는 대한축구협회를 감시하고 비판할 권한이 있다. 국민의 관심이 큰 공공 영역인 만큼 더 엄격한 검증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잣대는 정치에도 적용돼야 한다.
축구협회의 해외 출장을 문제 삼는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해외 출장도 전수조사해야 한다. 협회의 불투명한 운영을 비판한다면 정치권의 불투명한 인사와 공공기관의 채용 관행도 같은 기준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축구협회의 책임을 요구한다면 정치 역시 같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이 불편하게 보는 것은 축구협회의 잘못만이 아니다. 자기 문제는 뒤로한 채 남의 문제를 더 크게 꾸짖는 태도다. 자기 성찰 없는 비판은 쉽게 정치 공세로 읽힌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방식이다. 국회의 권한은 막강하고, 축구협회는 그 앞에서 방어하기 쉽지 않다. 거친 질책과 면박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공정한 감독이라기보다 힘의 우위를 앞세운 심판처럼 보일 때가 있다. 상대가 반박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축구협회는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민은 축구만 개혁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권한을 가진 모든 조직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같은 기준으로 책임지는 사회를 원한다.
축구를 비판하기 전에 정치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자신에게 적용하는 잣대는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은 선택적으로 적용될 때 신뢰를 잃는다. 같은 잣대를 들이댈 때 비로소 국민은 그 개혁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