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코르다(미국)가 마침내 생애 첫 US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또 하나의 골프 역사를 썼다. 세계랭킹 1위인 코르다는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81회 US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이미 셰브론 챔피언십을 포함해 메이저 3승을 보유하고 있던 코르다는 이번 우승으로 통산 네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US 여자오픈 우승을 더하면서 여자 골프 최고의 선수로서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메이저 추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US 여자오픈에서 우승 문턱까지 다가갔다가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어냈고, 시즌 첫 두 개의 메이저 대회를 연속으로 석권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과시했다.
코르다는 우승 이후 경기력 향상의 배경으로 기술적인 변화보다 정신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US 여자오픈에서 경험한 실패가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는 우승에 대한 강한 집착 속에서 경기 막판 흔들리며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비시즌 동안 자신의 경기 운영과 감정 관리 방식을 돌아봤고, 지나친 완벽주의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르다는 올해 들어 가장 큰 변화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꼽았다. 경기 도중 예상치 못한 불운이나 실수가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다음 샷에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변화의 상징이 된 것이 바로 욕실 거울에 붙이는 포스트잇이다.
코르다는 올해 초부터 욕실 거울에 스스로에게 전하는 긍정적인 문구를 적어 붙이는 습관을 시작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는 물론 원정 대회가 열리는 호텔에서도 포스트잇을 챙겨 다니며 같은 습관을 이어갔다.
그는 매주 대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적어두고 반복해서 읽으며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이번 US 여자오픈 기간에도 욕실 거울에 특별한 문구를 붙여 놓았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코르다는 “좋은 상기 효과가 있어서 계속하고 있다”며 “그 문구가 한 주 동안 내가 집중해야 할 핵심 생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코르다는 올 시즌 셰브론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을 포함해 4승을 기록하며 세계 여자 골프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코르다는 통산 메이저 4승 고지에 올랐다. 미국 선수 가운데 메이저 4승을 달성한 선수는 많지 않다. 더욱이 코르다는 현재 20대 후반으로 향후 추가 메이저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도 이어가게 됐다. 현재 코르다는 US 여자오픈과 셰브론 챔피언십,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에비앙 챔피언십과 AIG 여자오픈 가운데 한 대회 이상을 제패하면 여자 골프 역사에 남을 업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US 여자오픈 우승은 코르다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에 머물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준 대회였다.
지난해의 아쉬움은 부담이 아니라 배움이 됐다. 완벽한 샷만을 추구하던 선수는 이제 실수와 불운까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가장 원했던 US 여자오픈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리비에라에서 완성된 우승의 배경에는 정교한 스윙과 뛰어난 퍼팅뿐 아니라 욕실 거울 위 작은 포스트잇이 만들어낸 변화도 자리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