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의 역사적 분기점마다 예술은 늘 정치와 경제가 다 하지 못한 감성의 언어로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 2025년과 2026년, 그 중심에 재일동포 3세 현대 미술가 최아희(Ahhi Choi) 작가가 있다.

지난해 6월 22일, 일본 돗토리현의 다이센(大山) 골프클럽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일·일한친선협회중앙회가 주최하고 주일본 한국대사관이 후원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친선 골프대회’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돗토리현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박철희 주일대사, 주호영 한일 의원연맹회장 등 양국 정·재계 인사 144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역사적인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최아희 작가는 자신의 혼이 담긴 대작을 준비했다. 가로 3500cm, 세로 1500cm에 달하는 압도적 규모의 작품이다. 재일동포 3세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예술적 승화로 이끌어온 그는,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롭고 감각적인 선과 색채를 통해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우호를 화폭에 담아냈다. 이 작품은 주일본 한국대사관에 기증되었으며, 최근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기증 허가를 받는 절차를 마쳤다.

오는 5월 7일 오후 5시, 도쿄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는 이 작품의 공식 증정식이 거행된다.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쌓여온 양국의 희로애락이 최 작가의 붓끝을 통해 대사관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영구히 숨 쉬게 되는 것이다.

최 작가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 4월 23일,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새롭게 문을 연 ‘nalu’s gallery’에서 열린 오프닝 특별 전시회(Ahhi Choi × YUTA OKUDA) 현장에는 이영채 주오사카 총영사가 방문해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총영사는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최 작가의 예술적 시도가 한일 양국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4월23일 오사카 신사이바시에서 열린 최아희 작가(왼쪽)의 전시회를 방문한 이영채 주오사카 총영사(오른쪽)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오사카 총영사관

재일동포 예술가에게 ‘경계’는 숙명이자 창조의 원천이다. 최아희는 그 경계에 서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보편적인 예술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가 대사관에 기증한 작품은 단순히 벽을 장식하는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60년을 버텨온 재일동포들의 삶의 기록이자, 앞으로의 60년을 함께 걸어갈 한일 양국의 화합을 염원하는 커다란 이정표다.

기자의 눈에 비친 그의 행보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민간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동시대를 호흡하는 예술가로서 그가 던지는 색채의 메시지가 도쿄의 심장부에서 어떻게 공명할지 자못 기대된다. 한일 예술 교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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