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두며 통산 20승이라는 위대한 금자탑을 세웠다.
박민지는 31일 경기도 양평의 더스타휴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골라내는 완벽한 플레이로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낸 박민지는 ‘루키’ 김지윤(9언더파 207타)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박민지가 써 내려간 통산 20승은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 단 2명만이 밟았던 KLPGA 투어 역사상 최고의 대기록이다. 이제 박민지가 앞으로 1승을 더 추가하면 KLPGA 투어 역대 최다 우승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이번 우승은 무려 2년 만에 찾아온 결실이었다. 지난 2024년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19승을 달성한 이후 20승 고지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배경에는 2024년 후반기 안면 근육 통증으로 극심한 고생을 치렀던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박민지는 우승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결코 몸 상태를 핑계 삼지 않았다. 그는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지만, 사실 아팠던 게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자신을 엄격하게 되돌아봤다. 실제로 2025년을 생애 처음으로 우승 없이 보내면서, 다음 시즌에는 정말 투어 시드를 잃고 시드 순위전까지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슬럼프 탈출의 열쇠는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박민지는 우승이 올 때를 그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손을 뻗어 당겨와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경기 중 3~4언더파만 치면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이상하게 더 몰아치지 못했는데, 오늘은 긴장이 전혀 안 되면서도 무조건 더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당시의 굳은 의지를 전했다.
마음가짐을 바꾸자 전성기 시절의 독기 어린 눈빛이 돌아왔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0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박민지는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반 들어서도 무서운 집중력으로 버디 행진을 이어간 그는 16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m 거리에 바짝 붙여 버디를 낚으며 마침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운명의 18번 홀(파5)에서는 4.6m 거리의 극적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마쳤다.
우승의 향방은 막판에 갈렸다. 박민지를 맹렬히 추격하던 신인 김지윤이 17번 홀(파4)에서 파 퍼트를 놓치며 뼈아픈 보기를 범했다. 김지윤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 한 타 차로 좁혔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박민지 쪽으로 기운 뒤였다. 클럽하우스에서 초조하게 경쟁자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박민지는 우승이 최종 확정되자 동료 선수들의 뜨거운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까지 작성한 박민지는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동일 대회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KLPGA 투어 통산 누적 상금 68억 원을 돌파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생각보다 일찍 20승 고지를 밟았다는 박민지는 프로 선수인 만큼 우승 트로피는 앞으로도 계속 추가하고 싶다면서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며 성숙한 다짐으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이지현과 노승희가 합계 8언더파 208타로 공동 3위에 올랐으며,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예고했던 유현조는 마지막 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5위(7언더파 209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