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니만(칠레)이 부산에서 열린 리브(LIV) 골프 대회에서 피 말리는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오르며 시즌 첫 승의 갈증을 풀었다.
니만은 31일 부산 기장군의 아시아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총상금 30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니만은 테일러 구치(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18번 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 첫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낚아채며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LIV 골프에서만 무려 5승을 쓸어 담으며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던 리그의 간판스타 니만은, 올해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시즌 8번째 대회인 한국 무대에서 마침내 LIV 골프 통산 8승째를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개인전 400만 달러(약 60억 3000만 원)에 달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을 거두고 2022년 LIV 골프 출범 첫해에 이적했던 니만은 이번 대회 내내 구치와 명승부를 연출했다. 3라운드까지 구치와 9언더파 동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던 니만은 마지막 날에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장군멍군식의 버디 공방전을 펼쳤다.
전반 홀의 흐름은 요동쳤다. 1번 홀(파4)에서 구치가 먼저 버디를 잡자 4번 홀(파5)에서 니만이 버디로 반격했다. 구치가 5번 홀(파4) 버디로 다시 달아나자 6번 홀(파3)에선 두 선수 모두 버디를 맞바꾸는 기세를 올렸다. 승부의 균형이 깨진 것은 7번 홀(파4)이었다. 니만이 버디를 낚으며 다시 동타를 만들었고, 이어진 9번 홀(파4)에서 구치가 보기를 범한 사이 니만이 전반 홀 버디 4개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후반 들어 니만은 15번 홀(파5)까지 단독 선두를 유지했으나, 다소 리듬이 깨지며 1개 홀을 남겨두고 보기 1개를 범해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그 사이 구치가 16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으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결국 두 선수는 남은 홀을 파로 마쳐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운명의 18번 홀(파4) 연장전에서 끝내 니만이 웃었다. 니만은 완벽한 두 번째 샷으로 단숨에 버디 기회를 잡았고, 반면 구치의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안착했으나 홀과 먼 거리였다. 구치의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간 가운데, 니만이 압박감을 뚫고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피 말리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니만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기쁘다며, 작년에는 우승이 너무 쉽게 느껴졌는데 올해는 첫 승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골프는 늘 배우는 과정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것에 100% 열중하는 그 도전 자체가 정말 좋다며 벅찬 소회를 밝혔다.
특히 승부를 결정지은 연장전 세컨드 샷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고의 기분이었다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연습하며 실력을 향상하려고 애쓰는데 연장전 같은 중요한 순간에는 그동안의 연습을 믿고 집중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마지막 샷을 성공해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 자체를 즐긴다며, 이런 전율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다음 주 스페인 안달루시아 대회에서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며 연속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LIV 골프 통산 5승을 노리던 구치는 막판 뒷심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2연패를 노렸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최종 라운드에서 무려 5언더파를 몰아치는 무서운 추격전을 펼쳤으나,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로 단 한 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단독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마지막 3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디섐보는 팀전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디섐보를 필두로 찰스 하웰 3세(미국), 트래비스 스미스(호주), 아니반 라히리(인도)로 구성된 ‘크러셔스 GC’는 나흘 합계 23언더파를 기록, 구치가 이끄는 ‘OKGC'(20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팀전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크러셔스 GC 멤버들은 팀전 우승 상금으로 1인당 75만 달러(약 11억 3000만 원)씩을 보너스로 챙겼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한국 선수들의 분전도 국내 골프 팬들의 큰 성원을 받았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올해 LIV 골프에 진출해 코리안 골프클럽에 합류한 송영한(35)이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합계 6언더파 274타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3월 남아공 대회(공동 17위)를 넘어선 송영한의 LIV 무대 개인 최고 성적(커리어 하이)이다.
이어 와일드카드로 전격 합류하며 이번 대회를 통해 LIV 골프 데뷔전을 치른 문도엽(35)은 대회 초반 공동 8위까지 오르는 등 안방 코스의 이점을 톡톡히 살린 끝에 최종 합계 2언더파 278타로 공동 23위라는 값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리안 골프클럽의 주장을 맡은 안병훈(35)은 1오버파 공동 37위, 김민규(25)는 6오버파 5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한국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기대를 모았던 ‘코리안 골프클럽’은 팀전 최종 합계 1언더파에 그치며 출전한 13개 팀 중 10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