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헨리(미국)가 맹렬한 뒷심을 발휘하며 에릭 콜(미국)의 눈앞에 와 있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우승컵을 가로채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헨리는 5월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최종 라운드에서 정규 홀 마지막 세 홀 연속 버디에 이어 연장 첫 홀까지 버디를 낚아채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에릭 콜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12위인 헨리에게 이번 우승은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이자 PGA 투어 통산 6번째 우승이다. 반면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투어 첫 승을 목전에 두었던 에릭 콜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한 번 가슴 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1. 정규 홀 막판 3연속 버디, 연장으로 이어진 헨리의 맹공

최종 라운드에서 헨리의 행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출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번 홀(파5)에서 환상적인 이글을 잡아낸 데 이어 2번 홀에서 곧바로 버디를 추가하며 선두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후 샷감이 갑자기 흔들리며 3개 홀 연속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후반 중반까지도 선두 콜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승부처는 마지막 세 홀이었다. 헨리는 16번, 17번, 18번 홀에서 신들린 듯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67타를 기록, 먼저 경기를 끝낸 채 콜을 압박했다.

헨리는 당시를 돌아보며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전반에는 마음이 조급하고 긴장했다. 페어웨이는 잘 지켰지만 아이언 샷의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1오버파로 전반을 마쳤을 때는 스스로에게 정말 답답함을 느꼈다. 그때 캐디가 ‘모든 것을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주었고,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후 샷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실 하루 종일 퍼트 감각은 나쁘지 않았는데, 경기 막판에야 비로소 공이 홀 안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 물에 빠진 첫 승의 꿈… 에릭 콜의 더블보기 치명타

반면, 통산 119번째 투어 대회에서 첫 우승에 도전했던 에릭 콜에게는 잔인한 하루였다. 콜은 최종 라운드를 헨리에게 3타 앞선 12언더파 단독 선두로 시작했다. 출발도 산뜻했다. 1번과 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격차를 벌려 나갔다.

그러나 파4 9번 홀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지면서 치명적인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 실수 하나로 전반에 벌어놓은 타수를 모두 잃은 콜은 J.J. 스폰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며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콜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돌아봤다. “더블보기는 분명 원하지 않던 결과였다. 하지만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스스로에게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고 주문을 걸었다. 대회 시작 전에 마지막 날 선두권에서 후반 홀을 맞이하는 상황을 제안받았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은 기회를 어떻게든 잘 살려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콜은 이후 평정심을 되찾고 11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7개 홀 연속 파 행진을 벌이며 선두 자리를 사수했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 도착했을 때, 우승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났고, 회심의 칩샷마저 홀을 외면하면서 결국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헨리와의 연장 승부로 끌려가게 되었다.

3. 피를 말리는 연장전, 잔인하게 갈린 희비

우승 상금과 명예가 걸린 연장전은 파4 18번 홀에서 진행되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두 선수 모두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며 명승부를 예고했다.

먼저 샷을 날린 콜은 웨지로 공을 홀 4m 거리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뒤이어 샷을 한 헨리는 한층 더 정교한 샷으로 공을 홀 1.5m 거리에 바짝 붙여 응수했다.

압박감 속에 먼저 퍼터를 쥔 콜의 버디 퍼트가 아쉽게 홀 옆을 스쳐 지나가며 파에 그쳤고, 승부의 추는 단숨에 헨리 쪽으로 기울었다. 헨리는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을 마주했다. 헨리는 “계속 속으로 ‘나는 정말 이 대회를 우승하고 싶다’고 되뇌었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퍼트를 성공시키고 타이틀을 경쟁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매일 피땀 흘려 연습하는 이유다. 연장전에서 그 5피트 퍼트를 성공시키고 난 뒤에도 한동안 온몸이 떨렸다. 내 골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긴장됐던 순간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헨리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정규 홀 막판 3연속 버디에 이은 ‘4연속 버디’로 짜릿한 역전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4. ‘신인상 출신 37세’ 에릭 콜의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된다

비록 눈앞에서 우승컵을 놓쳤지만 에릭 콜의 도전 스토리는 많은 골프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20대 초반의 젊은 스타들이 득세하는 현대 골프계에서, 콜은 오랫동안 미니 투어를 전전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고전 끝에 마침내 PGA 투어 카드를 획득한 그는 37개 대회에 출전해 무려 6 차례나 탑5에 진입하고 준우승을 두 번 차지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 2022-23시즌에는 35세의 나이로 당당히 PGA 투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2004년 38세의 나이로 신인상을 받은 토드 해밀턴에 이어 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신인상 수상 기록이었다. 또한 197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 수상자인 어머니 로라 보(Laura Baugh)의 뒤를 이어 ‘모자(母子) 신인상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신인왕 등극 이후 한동안 다소 주춤한 시기를 보냈으나, 최근 콜의 샷감은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발레로 텍사스 오픈 공동 14위를 시작으로 취리히 클래식 공동 6위, 머틀비치 클래식 공동 6위 등 연이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역시 3라운드에서만 63타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서는 저력을 선보였다.

2023년 혼다 클래식에 이어 또 한 번 연장전 끝에 준우승에 머문 콜은 짙은 아쉬움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콜은 “어디선가 한 타만 더 줄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오늘 내가 위기를 헤쳐 나온 플레이 방식과 과정만큼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결과는 실망스러울지언정 오늘 보여준 경기 내용에는 충분히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우승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최근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과 상승세를 감안하면 그의 생애 첫 승을 향한 기다림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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