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골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인 ‘골프공 비거리 규제(롤백)’를 둘러싼 실효성 논쟁이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월4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건주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미 미 PGA 투어 시그니처 대회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앞두고, 대회 호스트이자 골프계의 전설인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현재 추진 중인 규제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여기에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까지 가세하며 현대 골프 코스 설계가 직면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도화선은 카메론 영(미국)의 이른바 ‘규제 공’ 해프닝이었다. 영이 지난 PGA 챔피언십 기간 중 사용했던 골프공이 향후 도입될 새로운 비거리 규제 기준을 이미 충족하는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놀라운 점은 규제 기준에 맞춘 공을 쓰고도 영의 비거리 손실이 미미했으며, 대회 내내 강력한 경기력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현행 비거리 규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잭 니클라우스의 진단은 신랄했다. 영의 사례처럼 비거리 손실이 미미하다면, 과연 현재의 변경안이 폭발적인 비거리 증가를 억제하고 역사 깊은 명문 코스들의  무력화를 막을 수 있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니클라우스는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지금의 조치는 마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접이식 의자 하나를 바다로 던지는 격”이라며 “겨우 그 정도의 변화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일반 골퍼와 투어 프로가 체감할 변화의 격차를 구체적인 수치로 짚었다.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는 기껏해야 1~2야드 안팎의 차이라 체감조차 할 수 없는 무의미한 규제라는 것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같은 투어 최정상급 장타자라 할지라도 12에서 14야드 정도 거리가 줄어드는 데 그치며, 이는 오히려 공이 깊은 트러블 구역까지 날아가지 않도록 통제해 주는 반사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재 제안된 규제 수준은 본질을 바꾸기엔 너무나 ‘하찮은(Insignificant)’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니클라우스는 더 나아가 코스 비대화에 따른 자원 고갈 문제를 경고했다. 

그는 “지금 골프계는 심각한 자원 부족에 직면해 있다. 코스를 넓힐 땅이 부족하고, 플레이 시간은 너무 길어지며, 비용과 물도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티박스를 뒤로 밀어야 할 때마다 주변 땅을 통째로 사들여 코스를 늘릴 수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같은 곳은 흔치 않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게임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전설의 경고에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도 힘을 보탰다. 셰플러는 비거리 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교함이 결여된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을 지적했다. 셰플러는 “비거리를 고작 8야드 안팎으로 줄이는 방식은 선수들에게 불균형한 피해를 준다. 어떤 선수는 타격이 전혀 없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15에서 20야드까지 손해를 볼 수 있어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고 말했다.

셰플러가 지적한 더 큰 본질은 골프 코스 설계의 왜곡이었다. 

최근 지어지는 코스들은 지나치게 개방적이고 러프의 변별력이 낮아, 오직 ‘장타와 힘’에만 과도한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셰플러는 하버 타운이나 콜로니얼처럼 페어웨이가 좁고 정교한 전략을 요구하는 클래식 코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거리와 파워만이 성적을 보장하는 환경이 이어진다면, 차세대 골퍼들이 테크닉 대신 피트니스 센터에서 스피드 훈련에만 몰두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니클라우스는 골프공 롤백이 이토록 지지부진하고 격렬한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숨은 배경으로 장비 제조업체들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폭로하기도 했다. 제조사들이 선수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스폰서 계약 등을 빌미로 비거리 규제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니클라우스는 인위적인 코스 확장이나 개조 없이 원형 그대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정통 챔피언십 코스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말을 맺었다.

“현재 미국 전역을 통틀어, 기존 코스 형태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치렀을 때 진정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챔피언십 코스’는 고작 20개에서 30개 안팎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가 지금보다 골프공 비거리를 조금 더 과감하고 확실하게 줄인다면, 수많은 역사적인 골프 코스들을 원형 그대로 지켜내고 더 풍성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