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8일 개막하는 2026년 US 오픈을 앞두고, 대회가 열릴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Shinnecock Hills)을 방문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올해도 지옥의 코스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624명 중 단 3명만 허락한 전설의 전장
시네콕 힐스는 골프 역사상 가장 엄격하고 무자비한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힌다. 1896년 초창기 대회를 제외하고, 현대적 코스 셋업 기준이 정립된 이후 시네콕 힐스에서 개최된 네 차례의 US 오픈(1986, 1995, 2004, 2018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출전 선수는 총 624명에 달한다. 그러나 나흘간의 혹독한 혈투 끝에 최종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1986년 레이몬드 플로이드(-1언더파)와 2004년 레티프 구센(-4언더파)만이 언더파의 벽을 뚫었고, 1995년 우승자 코리 페이빈은 이븐파, 가장 최근인 2018년 우승자 브룩스 켑카는 1오버파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정도다.
미국골프협(USGA)의 코스 세팅을 총괄하는 존 보든해머 책임자는 시네콕 힐스의 악명 높은 난도를 두고 “이곳에는 마치 골프의 악령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퍼팅 그린 구석구석에서 잔혹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인 방식으로 튀어나와 선수들을 괴롭힌다”고 평했다.
실제로 2018년 대회 당시에는 무빙데이(3라운드)에 통제 불능 수준으로 단단하고 빨라진 그린 때문에 필 미켈슨이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가는 공을 참지 못하고 움직이는 공을 고의로 쳐버리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버파 우승’이 당연시되는 잔혹한 전설의 무대가 바로 시네콕 힐스다.
역대 가장 넓은 페어웨이, 철학의 변화인가 착시인가
올해로 통산 6번째 US 오픈을 맞이하는 시네콕 힐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문을 열었다. 사전 답사를 다녀온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코스가 ‘지나치게 넓어졌다’는 사실에 입을 모았다.
매킬로이는 “시네콕 힐스의 페어웨이가 2018년 대회와 비교하면 확연히 넓어졌다”고 전했고, 생애 처음으로 시네콕 힐스를 밟아본 셰플러 역시 “페어웨이 폭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어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올해 시네콕 힐스의 페어웨이 평균 폭은 무려 48야드(약 44m)에 이른다. 보든해머 책임자는 “코스 역사상 지난 50년, 아니 75년을 통틀어 가장 넓은 페어웨이 세팅”이라고 밝혔다. 이는 과거의 US 오픈이 우승 스코어를 어떻게든 이븐파나 오버파 근처로 묶어두기 위해 코스를 기형적으로 비틀고 쥐어짜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들에게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테스트를 제공하겠다는 마이크 완 USGA CEO 체제의 철학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넓어진 페어웨이는 착시… 진짜 지옥은 그린 주변에 있다
그러나 매킬로이와 셰플러는 페어웨이가 넓어졌다고 해서 언더파 홍수가 터지거나 난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진짜 변별력을 가르는 시험대는 여전히 ‘그린’이며, 넓어진 페어웨이는 오히려 선수들의 심리를 흔드는 착시이자 덫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킬로이는 “페어웨이가 넓어진 대신, 이를 감싸고 있는 첫 번째 에이프런 구간의 러프 길이가 무려 5인치(약 12.7cm)에 달한다. 워낙 넓게 열어주었기 때문에, 여기서 페어웨이를 놓친다면 그런 최악의 라이(Lie)를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셰플러 역시 코스 세팅의 묘미를 이렇게 짚었다.
“러프의 페널티가 페어웨이가 넓어진 만큼 강력해졌다. 페어웨이를 놓치는 순간 사실상 버디 기회는 사라진다. 넓은 페어웨이는 선수들에게 무조건적인 압박을 주는 대신 전략적인 선택권을 주는 장치일 뿐이다. 결국 그린 주변이 극도로 어렵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핀 위치를 어디에 꽂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스코어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두 선수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부분도 시네콕 힐스 특유의 포테이토칩 같은 그린 난도다. 그린의 전체 면적 자체는 넓은 편이지만, 샷을 받아내어 공을 안전하게 안착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세이프 존’은 극도로 좁다. 만약 그린 공략 방향을 잘못 설정해 방어적인 반대편 구역으로 공을 보내면, 경사를 타고 흐르는 공을 멈춰 세울 수 있는 공간이 고작 훌라후프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홀들이 수두룩하다. 올바른 공략 루트를 선택하더라도 난도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는다.
매킬로이는 잔혹한 그린이 파행으로 치닫지 않기 위한 셋업의 한계선도 명확히 제시했다.
“현재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 기준 11에서 11.2피트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빨라질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그린의 단단함(경도)만 정교하게 제어한다면, USGA가 의도한 창의적인 핀 위치를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과거 몇몇 메이저 대회에서 발생했던 그린 마비 같은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올해 US 오픈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티샷 구역의 넓어진 페어웨이는 언뜻 가슴을 트이게 하는 반가운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매혹적인 덫이자,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마주할 처음이자 마지막 호사일 가능성이 크다.
매킬로이는 시네콕 힐스를 향해 최고의 찬사이자 무거운 경고를 남기며 연습 라운드 소회를 마쳤다.
“코스가 상식적이고 올바르게 세팅된다면, 이곳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최고의 챔피언십 코스 중 하나다. 정말 위대하고 경외심이 드는 골프 코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