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출범했던 LIV 골프가 현재 리그의 존립을 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최근 PIF의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 결정이 가시화되면서, LIV 골프는 기존 자금을 대체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외부 투자자를 발굴해야 하는 절박한 생존 싸움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리그를 지탱하는 두 간판스타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욘 람(스페인)이 극명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여주며 골프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선 그은 람

미국 골프 전문 매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스페인에서 열리는 LIV 골프 안달루시아 대회에 출전하는 람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그의 투자자 유치 활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리그의 존속을 위해 전 전국을 누비며 프레젠테이션(PT) 자리를 자처하는 디섐보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한 셈이다.

람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적절한 표현을 고심하다가 단호한 어조로 본질을 짚었다.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내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하는 표현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라(Stay in your lane)’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철저히 무지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경영진이 자신을 투자자 미팅에 참여시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비즈니스를 잘 안다고 주장할 생각도 없으며, 만약 억지로 투자 유치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모를 것이라는 솔직한 고백이다.

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오직 ‘골퍼’로 규정했다.

“제 일은 필드 위에서 골프를 치는 것이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렵다. 특히 고국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이번 주에는 더욱 그렇다.”

필드 위의 압도적 성적, 그러나 다가오는 불확실성

사실 람은 LIV 골프 이적 이후 커리어 정점을 찍고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LIV 개인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25년에는 단 한 차례의 우승 없이도 꾸준한 성적으로 시즌 전체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역시 지난 3월 LIV 홍콩 대회와 4월 LIV 멕시코시티 대회를 연이어 제패하며 개인 순위 선두를 질주 중이다. 게다가 5월 열린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위에 오르며 메이저 무대에서의 경쟁력까지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그러나 이러한 독보적인 활약에도 불구하고 람이 마주한 미래는 안개 속이다. 아직 수년간의 대형 장기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PIF의 철수설은 치명적이다. 람은 최근 DP 월드 투어와의 오랜 갈등을 봉합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디섐보와 달리 미 PGA 투어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만약 LIV 골프가 올 시즌을 끝으로 공중분해 된다면 람 역시 원치 않는 이적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람은 디섐보처럼 직접 발로 뛰는 선수들의 노력을 깎아내리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선수가 투자 미팅에 참여해 ‘선수의 시각’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리그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오픈 마인드를 유지했다. 다만, 자신은 현실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 배경에는 ‘가족’이 있었다. 람은 디섐보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회의에 참석할 만큼의 자유시간이 없다며, 집에는 이미 어린아이 셋이 있고 곧 네 번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웃어 보였다.

계약 만료 앞둔 디섐보의 역설적인 총력전

LIV 골프를 바라보는 두 스타의 대조적인 상황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람은 장기 계약으로 묶여있음에도 철저히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반면, 디섐보는 올 시즌을 끝으로 LIV와의 계약이 만료됨에도 불구하고 리그의 생존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선수가 리그에 몸담은 시간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람은 2024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합류한 반면, 디섐보는 리그 출범 초기부터 합류해 숱한 비난 속에서도 LIV 골프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이자 아이콘 역할을 자처해 왔다.

실제로 지난주 열린 LIV 골프 코리아 대회에 참석했던 디섐보는 PIF의 철수 결정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생력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디섐보는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또 다른 문이 열린다. 많은 이들이 이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력을 믿고 있다”며 팀 골프 중심의 LIV 사업 구조에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팀 골프에는 충분히 자생하고 성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형태보다 이 모델의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며, 투자자들이 이 모델을 최종적으로 선택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 일이 성사되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LIV 골프가 생존과 소멸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선 지금, 본업인 골프에만 몰두하겠다는 람과 리그의 미래를 위해 직접 비즈니스 전면에 뛰어든 디섐보의 상반된 행보는 흔들리는 리그의 현재를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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