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부진을 딛고 최근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의미심장한 폭탄선언을 던졌다. 메이저 챔피언이자 LIV 골프의 간판스타인 그가 자신의 상승세와는 정반대로 “프로골프의 상금 규모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스미스는 이번 주 스페인 레알 클럽 발데라마에서 열린 LIV 골프 안달루시아 대회 기간 중 *미러 스포츠 U.S.(Mirror Sports U.S.)’와의 인터뷰에서 LIV 골프와 PGA 투어의 갈등 속에서 폭증한 상금 규모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상금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며, 프로골프 전반의 상금이 “이제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IV 등장 이후 급격히 불어난 골프 상금
2022년 말, 스미스는 커리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해 초 PGA 투어의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제150회 오픈)에서도 로리 매킬로이를 제치고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직후, 그는 수억 달러 규모로 알려진 대형 계약을 맺으며 LIV 골프로 전격 이적했다.
출범 당시 파격적인 재원을 자랑한 LIV 골프는 개인전 총상금 2000만 달러(단체전 포함 총 3000만 달러), 우승 상금 400만 달러라는 고정 포맷을 유지해 왔다. 이는 당시 PGA 투어의 일반 대회 상금을 배 이상 웃도는 압도적인 규모였다. 스미스는 이적 직후 열린 2022년 LIV 시카고 대회에서 우승하며 몸값을 증명했고, 2023년에도 두 차례 더 정상에 오르며 거액의 상금을 쓸어 담았다.
PGA 투어도 뛰어든 천문학적인 상금 경쟁
LIV 골프의 물량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PGA 투어와 메이저 대회들 역시 전례 없는 상금 인상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무대가 바로 스미스가 우승했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 2021년: 총상금 1500만 달러 /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 (270만 달러)
- 2022년: 총상금 2000만 달러 / 우승자 캐머런 스미스 (360만 달러)
- 2023년~현재: 총상금 2500만 달러 / 우승 상금 (450만 달러)
불과 5년 사이에 우승 상금이 200만 달러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상금 인플레이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4대 메이저 대회 역시 매년 총상금을 증액했으며, PGA 투어는 LIV로의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해 총상금 2000만 달러가 걸린 ‘시그니처 이벤트’ 시리즈를 대거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광풍을 멈추고 정상으로 돌아갈 때”
그러나 거액의 수혜자 중 한 명인 스미스는 이러한 상금 레이스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LIV 골프가 오는 2027년부터 상금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자신은 투어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뒤, 프로골프 산업의 왜곡된 상금 구조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지난 4~5년은 전 세계 프로 골퍼들에게 정말 경이로운 시기였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변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는 이 모든 거품이 걷히고 예전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지각변동은 스미스가 몸담고 있는 LIV 골프에서 먼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LIV 골프의 든든한 맹주였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올 시즌을 끝으로 무제한적인 재정 지원을 조율하고 정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LIV 경영진은 새로운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미스는 현 상황을 두고 “분명 지금까지의 방식은 장기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였다”며 “현실적으로도 꽤 비현실적인 수준의 돈이 돌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지켜봐야겠으나, 특히 내년(2027년)에는 상금 시스템과 관련해 매우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프계 전체의 동참 이끌어낼까?
만약 스미스의 예상대로 LIV 골프가 2027년을 기점으로 상금 규모를 대폭 감축한다면, 공은 다시 PGA 투어로 넘어가게 된다. 과연 PGA 투어와 메이저 대회들도 상금 거품을 걷어내고 하향 조정에 동참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스미스는 거품을 빼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적극 동의하고 있으나, 동료 프로 선수들을 설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연봉 삭감’이나 ‘상금 축소’를 받아들이는 전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한편, 수년간 메이저 무대에서 6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당하는 등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스미스는 최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2026 PGA 챔피언십에서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공동 7위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가장 많은 돈을 손에 쥐었던 톱스타가 상금 축소를 외치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스미스의 이번 소신 발언이 끝없는 머니게임에 지친 프로골프 산업의 방향타를 돌려놓을 수 있을지 전 세계 골프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