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의 살아있는 전설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는 최근 몇 년 사이 골프계가 주목하는 가장 열성적인 ‘골프 마니아’가 되었다. 시즌이 끝나 농구를 하지 않을 때면 온전히 골프와 연습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SNS를 통해 골프 관련 게시물을 쏟아내고 골프 전문 유튜버들의 영상을 시청한다. 최근에는 골프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골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제임스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골프의 매력은 정말 경이롭다. 전에는 그 깊이를 전혀 몰랐다. 주변에서 ‘한 번 골프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나 역시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제임스의 시선은 여자 프로골프(LPGA) 무대로도 향했다. 그는 특히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를 꾸준히 응원해 온 열혈 팬이다. 올해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코르다가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두었을 당시, 제임스는 자신의 X(구 트위터) 팔로워 5000만 명을 향해 “우승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 넬리!”라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이번 주, 명문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을 앞두고 제임스는 다시 한번 특별한 방식으로 응원을 전했다. 자신의 시그니처 농구화 라인에서 영감을 받아 특수 제작된 ‘나이키 빅토리 프로 4(Nike Victory Pro 4) 커스텀 골프화’를 코르다에게 선물한 것이다. 코르다는 대회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물 받은 골프화 사진을 공유하며 “내일 이 신발을 신고 필드에 나설 예정”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끈끈한 우정의 골프화, 하지만 라운드 도중 갈아신어야 했던 이유

코르다는 약속대로 목요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 르브론의 커스텀 골프화를 착용하고 당당히 티오프했다. 그러나 18홀을 모두 이 신발로 마치지는 못했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신발의 핏과 착용감에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1라운드를 마친 코르다는 기자회견에서 “신발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다소 넓었다”고 아쉬워하며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에어 조던 신발을 신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스니커즈 마니아들은 잘 알 텐데, 같은 모델이라도 색상이나 가죽 소재에 따라 내부 용적이나 압박감이 약간씩 다르게 출시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평소에 늘 신던 나이키 골프화와 완전히 동일한 베이스 모델이었습니다.”

겉보기엔 완벽했지만 미세한 차이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코르다는 12번 홀과 1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리자 결단을 내렸다. 그는 자신의 전담 트레이너인 킴 보먼(Kim Baughman)에게 급히 클럽하우스로 돌아가 평소 길들여진 기존 나이키 골프화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보먼은 숨가쁘게 달려가 16번 홀 티잉 구역에서 신발을 전달했고, 코르다는 라운드 도중 필드 위에서 골프화를 전격 교체했다.

0.1mm의 차이에도 민감한 프로들의 세계, “골퍼들은 원래 예민해요”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지면과의 유일한 접촉점인 골프화는 프로 선수들에게 14개의 클럽만큼이나 민감한 장비다. 스윙 시 체중 이동과 하체 고정의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코르다 역시 장비의 세밀한 변화를 통해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올해 초 스포츠 토크쇼 ‘패트 맥아피 쇼(Pat McAfee Show)’에 출연했던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밑창(아웃솔)이 다소 높은 골프화로 교체한 비화를 공개한 바 있다.

“밑창이 높은 신발을 신으면 어드레스 때 가슴을 지면에 조금 더 밀착시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다운스윙 각도가 한층 가팔라지고, 손목 코킹을 더 신속하게 가져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말 미세하고 작은 차이죠. 하지만 골퍼들은 원래 이런 작은 부분에 집착할 만큼 이상하고 예민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익숙함이 최고의 무기”

사실 나이키 후원을 받는 최고 스타가 신발 문제로 고심한 것은 올해 코르다가 처음이 아니다. 남자 골프의 로리 매킬로이 역시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엄지발가락 물집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었다. 매킬로이는 오랜 기간 고수해 온 ‘나이키 빅토리 투어 4’ 대신, 스코티 셰플러와 크리스 고터럽 등이 착용하는 ‘빅토리 프로 4’ 모델로 긴급 교체하는 조치를 취하며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이날 르브론의 커스텀 신발을 벗고 평소 신던 골프화로 돌아간 코르다는 1라운드에서 2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경기 후 미디어가 “신발을 갈아신은 것이 스코어 회복에 도움이 되었느냐”고 묻자, 코르다는 호쾌하게 웃으며 답했다.

“전혀 도움이 안 된 것 같은데요.”

이어 그는 “스코어는 아쉽지만, 그래도 역시 오랫동안 내 발에 길들여진 원래 신발이 훨씬 편안했다”며 프로 무대에서는 화려한 커스텀 디자인보다 완벽한 익숙함이 최고의 무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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