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퍼트는 불과 86cm였다.

그러나 넬리 코르다가 그 짧은 거리를 통과하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2026 US 여자오픈.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는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확정하며 생애 첫 US 여자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미 메이저 대회 3승을 보유한 그는 여자 골프를 대표하는 스타였지만, 유독 US 여자오픈과는 인연이 없었다. 수차례 우승 문턱까지 다가섰지만 번번이 아쉬움을 남겼고, 지난해 에린 힐스에서는 준우승에 머물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래서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했다.

코르다는 최종 라운드 내내 극심한 압박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1번 홀과 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7번 홀 보기로 흐름이 끊겼다. 이후 샬리 헐, 전인지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추격에 나서면서 리더보드는 시시각각 변했다.

특히 전인지는 후반 한때 단독 선두에 오르며 코르다를 압박했다. 하지만 코르다는 흔들리지 않았다. 8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9개 홀 연속 파를 기록하며 인내의 승부를 이어갔다.

결정적인 순간은 17번 홀이었다.

공동 선두로 맞은 파5 17번 홀에서 코르다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주변 러프로 향했지만 침착한 어프로치로 공을 약 3m 거리에 붙였다. 이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챔피언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은 18번 홀이었다.

코르다는 263m에 달하는 장타 드라이브로 페어웨이 중앙을 가르며 기세를 이어갔다. 이어진 두 번째 샷은 홀 약 10.7m 지점에 안착했다. 긴 버디 퍼트 이후 남은 거리는 약 86cm.

평소라면 부담 없는 거리였지만 상황은 달랐다. 이 퍼트가 들어가면 평생 꿈꿔온 US 여자오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코르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스트로크를 시작했다. 그러나 긴장 탓인지 퍼트는 다소 불안하게 굴러갔다. 공은 홀 왼쪽 가장자리를 맞고 컵 주변을 맴돌았다.

순간 연장전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공은 끝내 홀 안으로 떨어졌고, 리비에라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코르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NBC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웃었다.

“제발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하지 마세요. 그 순간에는 손의 감각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US 여자오픈은 코르다가 가장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였다.

프로 테니스 선수 출신인 페트르 코르다와 레지나 라이흐르토바의 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상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LPGA 투어에서 수많은 우승을 거두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지만 US 여자오픈만큼은 늘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지난해 에린 힐스에서의 실패는 큰 상처였다.

당시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결정적인 순간 퍼팅 난조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코르다는 그 경험을 성장의 계기로 삼았다.

그는 “그 대회를 통해 나도 충분히 US 여자오픈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법도 배웠다.

실제로 이번 대회 기간 동안 그는 욕실 거울에 메모를 붙여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최종 라운드 아침 적어놓은 문구는 단순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받아들이자. 그리고 100%를 쏟아붓자.”

타이거 우즈의 응원도 힘이 됐다.

우즈는 최종 라운드 당일 아침 코르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늘 끝내버려”라고 격려했다.

코르다는 우승 후 “라운드 도중에도 과연 내가 이 대회를 우승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며 “하지만 그런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했다.

18번 그린에서 우승이 확정되자 관중들은 “넬리! 넬리!”를 연호했다. 트로피를 품에 안은 코르다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우승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2013년 세보낵 연습장에 처음 발을 들였던 14살 소녀가 있었어요.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 소녀의 꿈이 마침내 이뤄진 것 같습니다.”

공식 기록상 우승은 마지막 86cm 퍼트로 결정됐다.

하지만 그 퍼트에는 수년간의 노력과 좌절, 의심과 희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꿈이 함께 담겨 있었다.

넬리 코르다는 마침내 US 여자오픈 챔피언이 됐다.

그리고 그 순간, 오랫동안 품어온 가장 큰 꿈도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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