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후배인 양윤서 선수가 워낙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훌륭한 경기를 함께해 준 양윤서 선수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국내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민솔(20·두산건설)의 첫마디는 자신의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 후배를 향한 찬사였다.

1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1)에서 막을 내린 메르세데스-벤츠 제4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는 김민솔과 양윤서(18·인천여고부설방통고)가 만들어낸 명승부로 기억될 만했다. 전 국가대표 에이스와 현 국가대표 에이스가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마치 매치플레이를 연상시키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전·현 국가대표 에이스의 맞대결
최종 라운드는 사실상 두 선수의 무대였다.
난도가 높은 코스 세팅 속에 출전 선수 대부분이 오버파에 고전했지만, 최종 리더보드 상단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김민솔과 양윤서뿐이었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두 선수는 다른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린 채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특히 양윤서는 올해 2월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국제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 여자 아마추어 최강자다. 김민솔 역시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로 주목받아 왔다.
두 선수는 매 홀 팽팽하게 맞섰고, 승부는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악천후 속 빛난 인내
이날 경기는 폭우와 낙뢰로 인해 무려 여섯 차례 중단됐다. 선수들은 길게는 3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체력과 집중력을 동시에 시험받았다.
하지만 김민솔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언제 다시 플레이를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대한 긴장을 풀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 출전했던 LPGA 투어 US여자오픈 경험도 도움이 됐다. 핀을 직접 공략하기보다 캐디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안전하게 그린 중앙을 노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공격보다 실수를 줄이는 인내의 골프가 통했다.
승부처는 15번 홀(파4)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파5에서 파4로 변경된 핸디캡 1번 홀인 15번 홀은 선수들을 가장 괴롭힌 난코스였다. 김민솔은 이 홀에서 약 6.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양윤서는 17번 홀 버디로 추격했고, 김민솔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벙커에 빠진 뒤 보기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5번 홀 버디로 벌어놓은 타수 덕분에 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로 1타 차 우승을 지켜냈다.

첫 메이저 우승, 대세 굳힌 김민솔
김민솔은 이번 우승으로 생애 첫 한국여자오픈 우승과 함께 올 시즌 가장 먼저 KLPGA 투어 2승 고지에 올랐다.
우승 상금 4억 원을 추가하며 시즌 상금 약 7억7600만 원으로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대상 포인트(243점)와 신인상 포인트(1148점)에서도 선두를 달리며 다관왕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우승 부상으로는 약 1억3000만 원 상당의 메르세데스-벤츠 GLE 450 4MATIC 차량이 주어졌다. 우승자의 캐디 역시 동일 차량의 1년 리스 이용권을 받았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세계 무대로 향하는 티켓이다. 김민솔은 이번 우승으로 다음 달 열리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 위민스 오픈과 10월 일본여자오픈 출전권을 확보했다.
김민솔은 “다승왕,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 신인상 등 가능한 모든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후배와 펼친 숨 막히는 승부를 이겨낸 김민솔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