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무엇으로 하는가.

발로 하는가. 머리로 하는가. 아니면 스피드로 하는가.

튀니지전을 보면서 10여 년 전 일본 축구 관계자와 나눈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축구는 무엇으로 합니까?”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언어입니다.”

당시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축구는 결국 공을 차는 운동 아닌가. 좋은 발과 빠른 스피드, 강한 체력과 뛰어난 기술이 승패를 가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최근 일본 방송에서 우에다 아야세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 말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에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공격수였던 자신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월드컵이 끝난 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우에다를 다시 대표팀에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대신 한 가지를 요구했다. 왜 골을 넣지 못했는지 스스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달라는 것이었다.

감독은 답을 주지 않았다. 질문을 던졌다.

무엇이 부족했는가. 어떤 장면에서 문제가 있었는가. 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는가.

우에다는 자신의 플레이를 다시 들여다봤다. 공에 접근하는 각도와 몸의 방향, 수비수와의 거리, 슈팅 직전 움직임을 분석했다. 실패를 운이나 감정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스스로 규정하려 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수정해 나갔다.

우에다는 지난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이번 튀니지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했다.

물론 한 선수의 성장 사례만으로 일본 축구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비슷한 특징이 반복된다. 그들은 자신의 플레이를 설명하려 한다. 왜 그 위치에 있었는지, 왜 그 패스를 선택했는지, 왜 그 순간 압박을 시작했는지 이야기한다.

설명할 수 있는 플레이는 반복할 수 있다. 반복할 수 있는 플레이는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수정할 수 있는 플레이는 결국 경쟁력이 된다.

튀니지전 4-0 승리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날 일본은 여유가 있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고 했던가. 전방 압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측면 전개를 반복하고, 공간 침투 패턴을 시험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준비한 것을 점검하는 듯한 침착함이 느껴졌다.

미토마 가오루를 비롯해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고, 대표팀에 합류하고도 출전하지 못한 주전급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의 큰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월드컵 무대에서 강호를 상대로 버티고 견디는 팀에 가까웠다. 독일과 스페인 같은 강팀을 상대로 이변을 노리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를 상대로 두 차례 뒤지면서도 끝내 2-2 무승부를 만들었고, 튀니지를 상대로는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 아시아 팀의 월드컵 본선 최다 득점 승리라는 기록도 세웠다.

좋은 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하지만 강팀은 조금 다르다.

누군가 빠져도 비슷한 축구를 한다. 한 선수가 움직이면 다른 선수들은 그 의도를 이해한다.

공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공이 갈 곳을 미리 알고 움직이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경기장 곳곳에서 일본 선수가 튀니지 선수보다 한두 명씩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일본은 축구를 언어로 이해해 왔다.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읽고, 같은 원칙을 공유하는 법을 훈련해 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오랜 축적의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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