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는 어디에서 오는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빈민촌 골목에서 오는가. 독일과 프랑스의 유소년 아카데미 시스템에서 오는가.

엘링 홀란을 보고 있으면 그는 조금 다른 곳에서 온 것처럼 보인다.

마치 노르웨이의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 같다.

홀란은 이번 월드컵에서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라크전 2골, 세네갈전 2골. 노르웨이는 1998년 이후 처음 나선 월드컵에서 2연승을 달리며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홀란은 축구가 진화하면서 사라져 가는 유형의 공격수다.

194cm의 거대한 체격으로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공중볼을 따내고, 골문 앞을 지배한다. 언뜻 보면 과거의 전형적인 9번 스트라이커다.

그런데 홀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 순간 그는 공간을 향해 질주한다. 마치 자신의 몸무게를 잊은 사람처럼 뛴다. 수비수 뒤를 파고들고, 역습 상황에서는 윙어처럼 치고 나간다. 과거의 힘과 현대의 속도가 한 선수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그래서 홀란은 단순히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다. 상대 수비수들에게는 문제 자체가 된다. 어디에 있을지 알면서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장 과정도 흥미롭다.

아버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축구 선수였고, 어머니는 국가대표급 육상 선수였다. 하지만 홀란이 자란 곳은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 브뤼네였다. 들판과 농장이 펼쳐진 조용한 마을이다.

어린 시절 그는 축구뿐 아니라 육상과 핸드볼도 즐겼다. 지금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운동 능력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홀란이 사랑받는 이유는 골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인데도 웃음이 많고 팬들에게 친절하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좋은 매너로 호평을 받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무섭지만 밖에서는 의외로 소년 같은 구석이 있다.

노르웨이 팬들의 응원도 재미있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수백, 수천 명이 함께 노를 젓는다. 바이킹 군단이라는 별명답게 거대한 배가 바다를 가르는 모습 같다.

우리는 바이킹을 흔히 약탈자로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탐험가였다. 영국으로 갔고, 프랑스로 갔고, 대서양을 건넜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인이 두려워하던 바다를 향해 가장 먼저 배를 띄운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들의 세계관은 용맹을 숭상했다.

바이킹은 발할라를 믿었다. 용감하게 싸운 전사만이 죽은 뒤 신들의 만찬에 초대받는다는 믿음이다. 중요한 것은 승패보다 용기였다.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킹은 혼자 싸우지 않았다.

롱십(longship)이라는 바이킹 배를 떠올리면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다.

배 한 척이 바다를 건너려면 수십 명이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혼자 강한 사람보다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이 중요했다. 전투도 마찬가지였다. 방패벽(Shield Wall)을 만들어 서로를 지키며 싸웠다. 혼자 돌진하는 영웅보다 옆 사람을 믿고 자리를 지키는 전사가 더 가치 있게 여겨졌다.

그래서 노르웨이 팬들은 함께 노를 젓는다.

노르웨이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문화가 있다.

바로 얀테의 법칙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자랑거리로 삼지는 않는다. 영웅은 될 수 있어도 영웅 행세는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얀테의 법칙이 말하는 겸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홀란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닮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발할라의 전사 같다. 수비수 둘이 막아도 달려들고, 공간이 보이면 침투하고, 골문이 보이면 주저 없이 슈팅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거만하지 않고 자신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무서운 전사와 장난기 많은 소년이 한 몸 안에 공존하는 것 같다.

용기와 겸손.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

세계 어디에서나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가치들이다.

오랫동안 월드컵 바깥에 머물렀던 노르웨이는 이제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외데고르가 방향을 잡고, 홀란이 문을 부순다. 동료들이 함께 뛰고, 팬들은 함께 노를 젓는다.

그래서 홀란의 이야기는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소중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축구라는 언어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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