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축구를 보고 싶었다.

끝까지 모든 것을 불사르는 축구 말이다.

처음에는 이집트를 응원했다. 모하메드 살라가 이끄는 이집트가 이란을 이기면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기 막바지에는 마음이 바뀌었다.

어느새 이란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래, 축구는 이런 것 아닌가.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마지막까지 뛰는 것.

이란은 먼저 선제골을 내줬다. 따라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얻은 페널티킥마저 이집트 골키퍼에게 막혔다. 보통 팀이라면 여기서 무너진다. “오늘은 안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없이 밀어붙였고, 결국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 막판에는 모두가 역전 결승골이라고 믿었던 골이 VAR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 공격, 마지막 힘을 짜낸 슈팅은 골포스트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1-1 무승부.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은 말 그대로 ‘출퇴근 축구’를 하고 있다.

원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었지만 전쟁으로 인한 비자와 이동 문제로 계획을 바꾸어야 했다. 지금은 미국 샌디에이고 바로 아래 국경도시인 멕시코 티후아나의 센트로 솔로이스쿠인틀레(Centro Xoloitzcuintle), 멕시코 프로축구 클럽 티후아나의 전용 훈련시설을 베이스캠프로 쓰고 있다. FIFA의 승인을 받아 훈련지는 멕시코로 옮겼지만, 조별리그 경기는 모두 미국에서 치러야 했다.

그래서 경기 때마다 미국으로 들어가고, 경기가 끝나면 다시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 불리한 여건에서도 이란은 뉴질랜드와 2-2, 벨기에와 0-0, 그리고 이집트와 1-1로 비겼다.

세 경기 모두 무승부였다.

승리는 없었다. 하지만 32강 진출 가능성은 오히려 한국보다 높다.

외신도 이란의 투혼에 주목했다. 역전 결승골이 취소되고 마지막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장면은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란의 경기력은 많은 축구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란은 아시아 무대에서 늘 한국을 괴롭히던 껄끄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이날 우리의 32강 진출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란은 한국 축구에서 보고 싶었던 집념과 투혼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승점 1점보다 더 값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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