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가.

브라질과 일본의 32강전은 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경기였다. 사실 이번 대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브라질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보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스페인은 팀의 뼈대가 더 단단해 보였다. 반면 브라질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눈부셨지만,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힘은 아직 덜 여문 듯했다.

일본전 전반은 그런 생각을 더 굳히게 했다.

일본은 브라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해 평가전에서 브라질을 3-2로 꺾었던 기억도 있었다. 일본은 브라질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빌드업에 압박이 들어오면 흔들리고, 공을 잃은 뒤 수비 전환이 늦어지는 순간 공간이 열린다는 점. 일본은 그 틈을 정확히 찔렀다.

전반의 일본은 거칠지 않았지만 불편했다. 무작정 달려들지 않고 질서 있게 좁혀 왔다. 한 명이 뛰면 옆 선수가 거리를 맞췄고, 공이 옮겨가면 압박의 방향도 함께 바뀌었다. 브라질은 공을 갖고도 편하지 않았다. 개인 능력은 있었지만, 그 능력이 빛날 공간이 없었다. 결국 일본은 선제골로 그 준비를 증명했다. 브라질의 약점을 겨냥한 계획은 적어도 전반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영국 가디언은 전반전을 두고 “일본이 더 빠르고, 더 날카롭고, 더 창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대목은 그다음이다. 이 경기는 일본이 무너진 경기가 아니었다. 일본이 못해서 진 것이 아니라, 안첼로티가 일본이 던진 까다로운 질문을 끝내 풀어낸 경기였다.

후반의 브라질은 달랐다. 그 중심에는 말 그대로 백전노장, 카를로 안첼로티가 있었다.

안첼로티는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AC밀란과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며 UEFA 챔피언스리그를 역대 최다인 5차례 제패했고, 첼시에서는 프리미어리그와 FA컵 더블을 달성했다. PSG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 5대 리그를 모두 우승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그런데 안첼로티의 진짜 힘은 화려한 이력보다 경기 안에서 드러난다. 그는 전술을 과시하는 감독이 아니다. 상황을 보고, 상대를 인정하고, 필요한 답을 찾는다. 전반에 중앙이 막히자 후반에는 측면을 넓게 썼다. 짧은 패스로 풀리지 않자 크로스와 공중볼, 세컨드볼 싸움으로 방향을 틀었다. 브라질다운 축구보다, 그날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택했다.

그 선택이 일본을 흔들었다. 전반의 일본은 브라질을 땅 위에서 괴롭혔다. 후반의 브라질은 싸움터를 하늘로 옮겼다. 크로스가 반복되자 일본 수비는 뒤로 밀렸고, 세컨드볼 싸움이 늘어나자 중원의 간격도 조금씩 벌어졌다.

카세미루의 헤더 동점골은 경기의 성격이 바뀐 뒤 나온 골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도 같은 흐름에서 나왔다. 브라질은 끝까지 압박했고, 끝까지 세컨드볼을 다퉜다. 일본이 단 한 번 흔들리자, 그 순간을 승리로 바꿨다.

브라질 선수들의 태도도 달라 보였다. 비니시우스는 수비까지 내려왔고, 카세미루와 브루누 기마랑이스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도 흐름을 이어받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가장 기본적인 일을 성실하게 해냈다. 그 장면이 오히려 브라질을 더 무섭게 만들었다.

이번 경기를 보고 브라질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브라질은 아직 완벽한 팀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경기 중 문제를 발견하고, 방법을 바꾸고, 선수들이 그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팀이었다.

우승 후보는 늘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니다. 막힌 길 앞에서 다른 문을 찾아내는 팀이다. 일본전의 브라질은 그 문을 열었다. 안첼로티의 브라질은 이제 단순히 재능 많은 팀이 아니다. 경기 안에서 변할 줄 아는 팀이 되어가고 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