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간의 만남과 골프에서의 한일 간의 차이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에서 환대를 받았고, 일본 정상과 멋진 우의를 과시했어요. 보기에 좋았어요.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경원시한 것과 비교할 때, 100배는 더 대한민국 지도자 다웠어요.

일본과 우리는 세세한 부분에서 경쟁하지만 글로벌 포지셔닝은 같아요.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같이 협력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상한 체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같이 대응해야 하며, 북한의 우매한 군사적 도발이 있다면, 같이 방어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큰 배를 함께 탔죠.

그러나 그 배 안에서는 경쟁이죠.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앞 섰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것은 우리 자긍심을 위해 아주 좋은 일이죠.

일본은 지난 오백년 동안 우리보다 부유했고, 세계 무대에서 앞서 나갔고, 오랜 부자의 경험은 곳곳에 큰 유산으로 남아 있어요.

부분 부분 상세히 보면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우리가 더 돈을 잘 버는 것처럼 보인다면,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고, 우리가 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있으며, 우리가 더 자녀 교육에 집중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일본이 앞서 나가면서 저지른 실수를 교훈 삼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죠. 그걸 더 이용하려면 우리가 여전히 일본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반도체에서 앞서고 K-컬쳐의 상업성에서 앞서지만, 그 두개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특히 후자가 그렇죠.

일본은 문학, 미술, 기초 과학, 정밀 산업, 제약, 금융 할 것 없이, 하다못해 위스키에서 골프용품까지 많은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어요. 그것은 우리에게 큰 자신감이죠. 우리도 할 수 있고,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극이 되죠.

스포츠를 볼까요? 수영과 육상은 말할 것도 없고 야구, 축구 등 거의 모든 구기 종목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죠. 골프는 어떨까요?

남자 선수들의 경우에 최근 10년간 한국 선수의 우승이 더 많았을 수는 있을 거 같아요. 그러나 일본은 히데끼 마쑤야마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했죠. 그는 아주 일본적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죠. 일본의 장단점을 다 가진, 사무라이 같은 선수죠.

우리는 그 정도 레벨을 배출하지 못했어요. 교포로 확장해도 그렇죠. 일본은 콜린 모리가와라는 클라스 있는 선수를 배출했지만, 우리는 한 때 케빈 나가 교포를 대표할 정도였으니 레벨과 자세에서 차이가 나죠. 이민우? 톡톡 뛰는 면이 있어서 K-Pop 같지만, 그 이상의 깊이가 없죠. 서스테인어블하지가 않아 보이죠.

여자 선수들의 경우에 분명히 우리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앞서 갔지만, 지난 몇년간 그 지위마저 바뀌고 있죠. 그 전조가 2019년 워본에서 열린 위민스 오픈에서 시부노가 고진영을 이기고 우승한 것에서 시작 되었어요. 그리고 지난 해 로열 포트콜에서 열린 위민스 오픈에서 야마시타가 김아림을 따돌리면서 격차가 확연해 보였어요.

그러나 이게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골프 인프라에 차이가 크니까요. 디오픈을 보면 일본은 자체로 영상을 제작하고 방송해요. 많은 일본 카메라가 일본 선수뿐만 아니라 지명도 있는 외국 선수들을 따라 다녀요. 위민스 오픈에서도 마찬가지죠. 일본 취재진은 어디를 가든 많죠. 우리나라에 LPGA 뉴스가 하루에 수십건씩 쏟아지고, 메이저 대회 때는 수백건씩 쏟아지지만, 위민스 오픈에 취재를 오는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어요. 미디어가 기자를 보낼만큼의 역량이 안되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좋은 기사가 나오겠어요? 데스크에서 외신 보며 받아 쓰기만 하고, 제목만 센세이셔날하게 뽑아서 클릭수만 올리죠.

지난 해 챔피언조에서 김아림과 야마시타가 경쟁을 했는데요. 일본팬들이 정말 많았어요. 일장기로 머리띠를 하고, 가방에 일장기를 꽂은 일본팬들요. 그에 반해 한국 팬들은 교민 중 일부, 남자 한명, 간혹 부부, 간혹 아이까지 있는 부부가 전부였죠. 조용한 게임인 골프에서는 그렇게는 응원이 안되요. 부끄럽거든요. 응원이 되려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맥주 마시고 소리 지르고 환호성 보내고 이름 부르고 그래야만 해요.

일본팬들 중에 볼썽 사납게 김아림이 실수하면 환호하고, 퍼팅하려고 하면 뒤에서 못 넣어라 못 넣어라 주문을 거는 갤러리도 있었어요. 스포츠 게임에서 응원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그들을 뭐라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팬이 없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2026년에는 저라도 그런 팬들을 꾸려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스코틀랜드 골프 & 위스키 투어의 마지막을 위민스 오픈에서 장식하려고 하는 거에요. 그러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인당 GDP 앞섰다고 앞선 것이 아니라니까요. 구석구석 깊이깊이 앞서야 한다니까요. 그래서 올해는 위민스 오픈에서 달라진 모습을 좀 보여 주어야 할 거 같아요. 좀 촌스럽더라도 태극기 꼽고, 흔들고, 맥주 마시고, 열 받으면 스코틀랜드에서 사 온 위스키 병 따고, 시가 피면서 일본 밉상 팬에게 연기 좀 날리구요.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같은 배를 탔어도, 그 안에서의 경쟁이 때론 더 치열한 법이거든요. 세세한 부분에서 이겨야 지속 가능해지고, 깊이로 이어진다니까요.

London Life 2.0 – (972)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