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절대 포기하지 마(Don’t Fing Quit)”… 홍콩의 앤서니 김
1. 전 세계를 뒤흔든 ‘풍운아’의 귀환과 홍콩 대회를 향한 뜨거운 이목
2026년 3월 5일, 홍콩에서 개막하는 ‘HSBC LIV 골프 홍콩’ 대회에 전 세계 골프 팬들과 스포츠계의 이목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달 15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LIV 골프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앤서니 김(41·미국)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을 끝으로 무려 12년 반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애들레이드 대회에서 54홀 공동 선두였던 세계적인 강호 욘 람과 브라이슨 디섐보를 5타 차이에서 역전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부상과 약물 중독이라는 끔찍한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와 프로 전향 초기 이후 약 1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선 그의 거짓말 같은 인생 역전 스토리는 골프계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홍콩 대회 개막을 앞둔 3일, 현지에서 인터뷰를 가진 앤서니 김은 우승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애들레이드 대회의 18번 홀 그린에서 아내 에밀리, 딸 벨라와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우승 세리머니 영상을 언급하며 “이제는 더 이상 안 봐도 될 정도로 수없이 돌려봤다”고 농담을 던졌다. 예전부터 그린 위에서 가족과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간절한 꿈이었다고 밝힌 그는, 이번 홍콩 대회에서 연속 우승에 도전하며 그 꿈을 다시 한번 재현하려 한다.

2. 단순한 우승을 넘어선 인간 승리의 서사, 그리고 쏟아지는 대중의 찬사
그의 우승이 이토록 거대한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단순히 5타 차를 뒤집은 놀라운 골프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적인 삶을 파괴하고 생명까지 위협했던 중독과 절망에서 벗어난 진정한 ‘인간 승리’의 서사가 대중의 마음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김은 “이것은 단지 골프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끈기를 가지며, 인생의 거대한 장애물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중은 그의 꺾이지 않는 투지에 열광적으로 응답했다. 앤서니 김은 지난달 애들레이드 우승 이후 “너무 감동적이었다. 나도 내 삶의 문제를 극복해 보겠다”며 자신의 투쟁을 털어놓는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수천 통이나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쏟아지는 엄청난 사랑과 지지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나는 부정적인 평가에 자극을 받는 편이라 이런 상황이 낯설기도 하지만, 많은 분이 내 모습에서 자신의 가족과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토록 큰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덧붙였다.

3. ‘말본(Malbon)’과의 독특한 후원 계약과 매진 행렬이 증명한 폭발적 파급력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앤서니 김의 행보 하나하나를 화제로 만들고 있으며, 이는 최근 체결된 골프 의류 브랜드 ‘말본(Malbon)’과의 후원 계약에서 극적으로 증명되었다. 앤서니 김은 말본과 손잡고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철학과 부활의 메시지가 오롯이 담긴 특별한 우승 기념품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이 기념 모자와 티셔츠에는 그의 유명한 별명인 ‘AK’와 함께 “Don’t F**ing Quit(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직설적이고도 강렬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 파격적인 문구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 그리고 부상으로 얼룩졌던 어두운 과거를 딛고 일어선 앤서니 김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 기념품은 출시되자마자 팬들의 폭발적인 구매욕을 자극하며 순식간에 전량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목받았던 그의 타고난 스타성이 시련을 이겨낸 묵직한 서사와 결합하며 엄청난 상업적 파급력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앤서니 김 스스로도 이러한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내 이니셜이 박힌 옷을 돈을 주고 살 거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 했다”고 밝게 웃었다.

4. 칠흑 같았던 절망의 시간과 화려했던 과거의 붕괴
앤서니 김의 현재 성공이 뿜어내는 빛이 유독 눈부신 이유는 그가 지나온 과거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짙고 어두웠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한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민을 간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김하진’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그는, 2006년 대학교 3학년 재학 중 프로로 전향한 초특급 유망주였다. 이듬해 PGA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타이거 우즈를 잡으러 왔다”고 당차게 선언할 만큼 빼어난 실력과 강렬한 자신감을 뿜어냈다. 2008년에만 PGA 투어에서 2승을 수확하고 라이더컵 미국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거칠 것 없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과 어깨 등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들이 연이어 발목을 잡았고, 설상가상으로 찾아온 약물과 알코올 중독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결국 그는 2012년을 끝으로 화려했던 골프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앤서니 김은 “PGA 투어를 뛸 때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깊이 빠져 있었고, 거의 20년 동안 매일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정도”라며 참혹했던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불과 2년여 전, LIV 골프 합류를 위해 은퇴 번복을 고민했을 때만 해도 그의 골프 실력은 본인 스스로 “완전히 끔찍했다(flat-out terrible)”고 회상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5. 기적을 만든 ‘초능력’ 가족과 새로운 ‘중독’의 발견
바닥까지 추락해 삶의 희망을 잃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절대적인 존재는 바로 ‘가족’이었다. 술을 끊은 지 3년째라는 그는 “과거 내 잘못으로 그릇된 결정을 많이 내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에 결국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특히 그는 **”사실 골프 우승보다 금주가 내 인생에서 더 값진 업적”**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며, 아내 에밀리와 딸 벨라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고백했다.
아내 에밀리는 그가 골프채를 다시 잡도록 이끈 결정적인 구원자였다. 우승 후 아내와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깊은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아내가 “당신이 골프로 다시 성공한다면 다른 사람의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해준 말이 자신에게 엄청난 영감과 용기를 주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아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다시 골프를 칠 확률은 제로(0)”라며 아내에게 모든 공로를 돌렸다.
딸 벨라 역시 그에게 ‘초능력’과도 같은 힘을 불어넣는 삶의 절대적인 원동력이다. 애들레이드 대회 최종 라운드 직후 18번 홀 그린으로 달려와 안긴 딸과의 포옹을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라고 단언한 그는, 과거 방황하던 시절의 자신(old AK)이라면 우승 후 어떤 식으로 파티를 즐겼을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회상했다. 그는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우승 후 새로운 축하 방식으로 태국 가족 휴가를 택했으며, 그 휴가지에서도 매일 1%씩 나아지겠다는 집념으로 긴 시간 골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앤서니 김은 “나는 여전히 회복 중인 약물 중독자가 맞지만, 이제는 그린 위에서 가족과 껴안는 그런 순간을 다시 만드는 것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다”며 눈부신 열정을 불태웠다.

6. 혹독한 노력과 주변의 흔들림 없는 믿음이 빚어낸 성과
애들레이드에서 보여준 극적인 우승 뒤에는 대중이 보지 못했던 혹독한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숨어 있었다. 앤서니 김은 최근 몇 달간 꾸준한 경기력 향상을 증명해 왔다. 지난해 11월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복귀 후 처음으로 톱10(공동 5위) 진입에 성공했고, 1월 초 LIV 골프 프로모션 대회에서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결정적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극적으로 36홀 결승에 진출, 마지막 남은 세 번째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후 리야드에서 열린 개막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던 그는 1라운드 직전 ‘4Aces GC’ 팀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으며 소속팀을 찾았다.
새로운 팀 동료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그는 애들레이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9언더파 63타라는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마지막 날 동반 플레이를 했던 세계 최정상급 골퍼 욘 람조차 이를 “내가 평생 본 최고의 골프 라운드 중 하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4Aces GC의 캡틴인 더스틴 존슨은 앤서니 김의 피나는 노력을 곁에서 지켜본 증인으로서 “그가 겪은 모든 고난과 쏟아부은 엄청난 노력을 잘 안다”며, “아마 우리 팀원들을 제외하면 세상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을 텐데, 일요일에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승을 완성해 낸 것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깊은 감격을 표했다.

7. 하루 1%의 성장, 끝나지 않은 전설의 2막
41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두 번째 전성기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앤서니 김의 시선은 홍콩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5일 개막하는 LIV 홍콩 대회에서의 연속 우승 도전뿐만 아니라, 오는 4월 개최되는 PGA 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특별 초청 자격으로 참가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숱한 시련을 겪으며 단단해진 그는 더 이상 눈앞의 결과에만 연연하지 않는다.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에 1%씩 더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며, “과거 치기 어렸던 시절엔 ‘하루하루 충실하라’는 평범한 말을 무시했지만, 마흔을 넘긴 지금은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그의 굳은 다짐처럼, 앤서니 김의 두 번째 골프 인생은 이제 막 가장 찬란한 2막의 닻을 올렸다. 대중은 깊은 절망의 끝에서 돌아와 전 세계인의 희망 아이콘으로 우뚝 선 그가 홍콩에서, 그리고 앞으로 나설 모든 무대에서 써 내려갈 또 다른 ‘절대 포기하지 않는(Don’t Fing Quit)’ 기적의 역사를 숨죽여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