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기적 같은 감동을 선사한 ‘풍운아’ 앤서니 김이 이번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앤서니 김은 지난 2월 LIV 애들레이드 대회 직후 글로벌 골프 의류 브랜드 ‘말본 골프(Malbon Golf)’와 단순한 의류 후원을 넘어선 ‘지분 투자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스포츠 스타와 브랜드 간의 전형적인 스폰서십 관계를 탈피하여, 선수가 직접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고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스포츠 비즈니스 역사에 남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금주(Sobriety)로 맺어진 깊은 유대감
이번 파트너십의 뿌리는 2024년 앤서니 김의 LIV 골프 복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PGA 투어 에이전트였던 크리스 암스트롱의 소개로 말본의 창업자 스티븐 말본을 처음 만난 앤서니 김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았다. 특히 두 사람은 ‘금주(sobriety)’라는 공통의 고난 극복 경험을 공유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스티븐 말본은 앤서니 김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 필드 밖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가 가진 내면의 단단함을 발견했다. 앤서니 김 역시 화려한 골프웨어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말본의 브랜드 정체성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단순한 비즈니스적 이해타산을 넘어, 시련을 극복한 동반자로서의 신뢰가 이번 계약의 가장 강력한 토대가 된 것이다.
이후 2025년 말, 앤서니 김의 기존 후원사였던 ‘엑스트라커리큘러(Extracurricular)’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말본 측은 본격적인 후원 계약 논의에 착수했다. 당초 논의는 일반적인 선수 후원 계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앤서니 김의 갑작스러운 팀 이적 소식이 전해지며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계약 무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의리’와 ‘유연함’
2026년 초, 패트릭 리드가 PGA 투어로 이적하면서 생긴 빈자리에 앤서니 김이 더스틴 존슨이 이끄는 ‘4Aces GC’ 팀에 전격 합류하게 되었다. 이는 앤서니 김에게는 커리어의 큰 기회였으나, 말본과의 계약에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었다. 4Aces 팀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와 공식 의류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LIV 골프의 규정상, 선수들은 공식 토너먼트 기간 동안 팀의 공식 후원사 의류를 착용해야만 한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발생한 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말본 측은 막대한 홍보 기회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앤서니 김은 스티븐 말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안함을 표했다. 하지만 여기서 스티븐 말본의 유연한 경영 철학이 빛을 발했다. 그는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다. 네가 최고의 팀에서 뛰게 된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라며 앤서니를 안심시켰다.
결국 양측은 ‘공식 대회 중에는 타 브랜드 의류를 입되, 연습 라운드와 인터뷰, 일상생활 등 대회 외적인 모든 일정에서 말본 의류를 착용한다’는 파격적이고 유연한 조건에 합의했다.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줄었지만, 앤서니 김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더 높게 평가한 스티븐 말본의 도박과도 같은 결정이었다. 앤서니 김은 애들레이드 대회에서도 언더아머가 아닌 풋조이 골프화를 신고 말본 양말을 신었다. 이를 두고 팀 내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앤서니 김은 대회가 끝나고 “단체전 우승으로 팀원들 각자에게 거금(50만 달러)을 안겨 주었으니 더 이상 불만은 없을 것”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현금은 필요 없다, 지분으로 달라”
파트너십의 정점은 2026년 2월 호주 애들레이드 대회에서 앤서니 김이 우승을 차지한 직후에 찍혔다. 16년 만의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앤서니 김은 브랜드의 가치를 다시 한번 폭등시켰다. 최종 계약 마무리 단계에서 앤서니 김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제안을 던졌다.
별도의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아내 에밀리와 함께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앤서니 김은 말본 측에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나는 지금 당장의 현금은 필요 없다. 모든 우승 상금과 나에게 배정된 후원금 전액을 말본 골프의 지분으로 달라. 나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서 말본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다.”
이는 선수가 브랜드의 성장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앤서니 김은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주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계약 체결 직후 앤서니 김은 아내 에밀리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겼고, 이 사진은 ‘스포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찬사와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불굴의 서사가 담긴 ‘AK 컬렉션’의 폭발적 반응
이번 파트너십의 첫 결과물로 앤서니 김의 이니셜 ‘AK’와 “Don’t f**king quit(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강렬한 문구가 새겨진 우승 기념 컬렉션이 출시되었다. 이 문구는 앤서니 김이 16년 동안 필드를 떠나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수천 번 되뇌었던 말로 알려져 있다.
앤서니 김의 인생 드라마가 투영된 이 컬렉션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 골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앤서니 김의 ‘부활 서사’를 판다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몰린 팬들로 인해 컬렉션은 출시 직후 전량 매진되었으며, 리셀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기현상을 낳고 있다.
앤서니 김은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말본과의 파트너십은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나에게 딱 맞는다. 시련을 이겨낸 나의 인생 철학과 브랜드의 방향성이 완벽히 일치한다.”

스포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이정표
전문가들은 이번 앤서니 김과 말본 골프의 계약을 두고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자본화(Capitalizing)하는 방식에 있어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평가한다. 단기적인 광고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브랜드의 성장에 자신의 커리어를 베팅한 앤서니 김의 선택은 향후 많은 스포츠 스타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필드 위에서 기적을 쓴 앤서니 김이 이제는 비즈니스 판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그의 향후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앤서니 김과 말본 골프의 결합은 단순한 의류 브랜드의 확장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