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포 골퍼 이태훈(36)이 ‘아람코 LIV 골프 싱가포르(총상금 3000만 달러)’에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피 말리는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역대 LIV 골프 와일드카드 출신 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이태훈은 이번 개인전 준우승으로 무려 225만 달러(약 33억 7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1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이태훈은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 디섐보와 동타를 이루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경기 초반에는 퍼팅이 조금씩 빗나가며 선두 경쟁에 곧바로 합류하지 못했으나, 기상 악화로 인해 경기가 약 2시간 동안 중단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폭우로 경기가 멈추기 전까지 선두 호아킨 니만에게 3타 차로 끌려가던 이태훈은, 경기가 재개되자 후반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쓸어 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이태훈은 13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앞까지 완벽하게 붙여 탭인 버디를 잡아냈고, 이어 15번 홀(파4)에서 2m, 17번 홀(파3)에서 6m 버디 퍼트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과감하게 2온에 성공한 뒤 8m 거리에서 침착하게 2퍼트로 버디를 추가해 극적으로 디섐보와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서든 데스 연장전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디섐보가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이태훈에게 결정적인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1벌타를 받은 디섐보는 세 번째 샷마저 우측 러프로 보냈으나, 네 번째 샷을 핀 1.5m에 바짝 붙이며 파 세이브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던 이태훈은 세 번째 샷을 핀 5m에 안착시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완벽한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태훈의 버디 퍼트가 홀을 약 60cm 지나쳤고, 이어진 짧은 파 퍼트마저 홀 오른쪽을 맞고 튀어나오는 치명적인 쓰리 퍼트 실수를 범하며 아쉽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 직후 이태훈은 “짧은 거리 퍼트라 확실히 넣기 위해 조금 강하게 쳤는데 볼이 홀을 맞고 돌아나왔다”며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생각보다 세게 맞은 것 같다”고 짙은 아쉬움을 삼켰다. 우승자 디섐보는 “티샷이 물에 빠졌을 때 우승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까지 나를 압박한 이태훈의 경기력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 가장 빛난 선수는 이태훈이었다”고 챔피언다운 찬사를 보냈다.

1990년생으로 아시안 투어 3승, KPGA 투어 4승을 거둔 베테랑 이태훈은 지난 1월 LIV 골프 프로모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당당히 와일드카드를 획득해 올 시즌 LIV 골프 무대에 합류했다. 비록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그는 “이번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다음 주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며 긍정적인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