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타 줄이며 피츠패트릭에 1타 앞서… 아일랜드 홀 17번 홀서 버디, 18번 홀선 375야드 ‘쾅’
3R 3타차 선두 오베리 4타 잃고 공동 5위로 밀려…김시우 공동 50위로 마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에서 미국의 캐머런 영(28)이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더플레이어스 스타디움 코스(파72·735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캐머런 영은 보기 1개, 버디 5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영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의 끈질긴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영은 우승 상금 450만 달러(약 67억 4000만 원)의 잭팟을 터뜨렸으며, 세계 랭킹 역시 기존 15위에서 4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수확한 투어 통산 2승째다. 2021-2022시즌 PGA 투어 신인왕 출신인 영은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두기 전까지 93개 대회에서 준우승만 7차례 기록하며 ‘1983년 이후 우승 없는 선수 중 최다 준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공동 7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공동 3위 등 시그니처 이벤트에서 연이어 톱10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던 그는 이번 메이저급 대회 제패로 마침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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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가른 마의 후반 홀, 375야드 초장타로 쐐기
선두에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챔피언 조 바로 앞 조에서 출발한 영의 진가는 승부처인 후반 홀에서 빛을 발했다. 16번 홀(파5)에서는 캐디 카일 스터빈스키와의 상의 후 친 두 번째 샷이 나무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며 공이 진흙에 박히는 ‘플러그드 라이’ 상황에 놓였으나, 50야드 어프로치를 남겨두고 침착하게 위기를 파로 막아냈다.


이어진 악명 높은 ‘아일랜드 그린’ 17번 홀(파3)은 우승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영은 핀을 직접 공략하는 과감한 샷으로 공을 홀 약 3m 거리에 안착시켰고, 이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피츠패트릭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기세를 몰아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는 드라이버 샷을 무려 375야드나 날려 보냈는데, 이는 샷링크(ShotLink) 기록 측정 시대 이래 해당 홀 최장타 기록이었다. 영은 이 홀에서 흔들림 없이 파를 지켜냈고, 동반 플레이를 펼치며 압박을 가하던 피츠패트릭이 우측으로 치우친 티샷에 이어 3m 파 퍼트마저 우측으로 빗나가 연장전 기회를 놓치면서 영의 짜릿한 1타 차 우승이 확정되었다.

무너진 26세 선두 오베리, 중압감에 뼈아픈 연속 실수
반면,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노렸던 26세의 ‘신성’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는 마지막 날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급격히 무너졌다. 오베리는 1라운드 69타, 2라운드 63타(이글 2개, 버디 6개)를 몰아치며 완벽에 가까운 템포를 자랑했으나, 3라운드 71타로 불꽃이 식기 시작하더니 최종 라운드에서는 실수를 연발했다. 11번 홀(파5)에서 무리하게 7번 우드로 공격적인 샷을 시도하다 공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범했다. 이어진 12번 홀(파4)에서도 티샷이 왼쪽 물에 빠지며 더블 보기를 적어내는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해 선두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결국 4라운드에서만 4타를 잃어버린 오베리는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에 만족해야 했다. 오베리 스스로도 경기 후 “11번과 12번 홀의 스윙이 너무 빨랐고 백스윙 테이크어웨이가 급했다”며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스스로 진정시키지 못했다”라고 큰 무대에서의 중압감 극복 실패를 뼈아프게 인정했다.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는 챔피언, 조용하고 완벽했던 피날레
영의 이번 우승은 그의 지극히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과 대비되어 골프 팬들에게 더 큰 반전과 여운을 남겼다. 당초 PGA 투어 브라이언 롤랩 최고경영자(CEO)는 18번 홀 그린 주변의 갤러리 로프를 해제해 팬들과 우승자가 함께 환호하는 극적인 축제의 장을 기획했다.
그러나 최종 우승자가 된 영은 평소 기자회견에서 목소리가 너무 작아 취재진이 답변을 알아듣기 힘들 정도이며, 유명세와 스포트라이트를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과장된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대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 켈시, 그리고 세 자녀(아들 존과 헨리, 딸 비비엔)와 함께 차분하고 조용히 우승의 기쁨을 나누었다. 영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표정 변화가 없는 편이지만 지금 내 발이 딛고 있는 위치에 집중하려 했다. 나는 내 삶과 가족, 직업을 깊이 사랑하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진정성 있는 소감을 남겨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시우는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잃으며 최종 합계 1오버파 289타로 공동 50위에 머물렀다.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븐파 288타로 공동 46위,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노렸던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2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