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 김효주(31)가 ‘약속의 땅’에서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샤론하이츠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다(미국)의 추격을 1타 차로 제치고 통산 8승 고지에 오른 김효주에게 이번 우승은 각별했다. 2015년 자신의 투어 루키 시절 첫 승을 일궜던 대회에서 11년 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했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루키 때 우승했던 대회다. 같은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하는 것 자체가 되게 뜻깊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강철 멘탈과 이미지 트레이닝이 만든 ‘쇼트게임 마법’
5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코다의 거센 추격으로 10번 홀에서 공동 선두를 허용하며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김효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선두에 있을 때 누가 쫓아오면 조급해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샷을 계속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생각만 하다 보니 스코어 때문에 크게 흔들림을 느끼진 않았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치열한 승부처에서도 경쟁자를 향한 존중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효주는 “LPGA 투어에서 코다의 스윙을 제일 좋아한다. 오늘도 계속 지켜보며 ‘나도 저렇게 치고 싶다’고 생각했고 많이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승부의 분수령은 17번 홀(파3)이었다. 티샷이 그린 너머 깊은 러프에 빠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김효주는 기가 막힌 웨지 샷으로 홀 1m 옆에 공을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이 환상적인 어프로치를 두고 김효주는 “이번 주에 그런 어프로치를 해본 적이 없어 진짜 어려웠다. 하지만 걸어가면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고, 딱 원하는 대로 나와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결국 이 홀에서 3퍼트 보기를 범한 코다의 실수가 겹치며 승패가 갈렸다.

15야드 비거리 증가와 30대 베테랑 트리오의 힘
이번 대회 중 동료 김세영이 “효주는 나만큼 연습을 안 한다”고 농담하자 “저 연습 정말 많이 한다. 단지 늦게 일어날 뿐”이라며 재치 있게 반박했던 김효주의 여유 뒤에는 지독한 땀방울이 숨어 있다.
지난 동계 훈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윙 궤도 교정을 통해 드라이버 비거리를 15야드나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50g대 샤프트에서 42g에 불과한 요넥스 카이자 라이트 4S 초경량 샤프트로 교체하면서, 체력 부담은 줄이고 탄도와 비거리는 더욱 높였다.
김효주는 “새 드라이버 샤프트가 너무 마음에 든다. 원래 1승이 목표였지만 당장 2승으로 상향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세영과 임진희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하며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랐다. 유해란은 10언더파 278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이번 대회 톱10에 한국 선수 4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효주의 끝없는 진화는 최근 LPGA 투어에서 불고 있는 한국 30대 베테랑 돌풍과 궤를 같이한다. 긴 부상과 슬럼프를 딛고 8년 8개월 만에 블루 베이 LPGA에서 우승한 이미향에게 김효주는 “내가 없을 때 하다니, 나도 물 뿌려주고 싶은데”라며 따뜻한 축하를 보냈고, 김세영 역시 지난해 4년 11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강철처럼 단단해진 이들 베테랑 트리오가 2026년 한국 여자골프의 든든한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