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 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페덱스컵의 최종 주인공이 된 잉글랜드 출신의 골프 스타, 토미 플리트우드.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며 수많은 팬을 거느린 그의 최근 행보가 전 세계 골프 팬들과 스포츠 마케팅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성적 외에도, 올해 그가 푸른 필드 위에서 보여주고 있는 아주 독특하고 파격적인 ‘골프웨어 실험’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 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페덱스컵의 최종 주인공이 된 잉글랜드 출신의 골프 스타, 토미 플리트우드.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며 수많은 팬을 거느린 그의 최근 행보가 전 세계 골프 팬들과 스포츠 마케팅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성적 외에도, 올해 그가 푸른 필드 위에서 보여주고 있는 아주 독특하고 파격적인 ‘골프웨어 실험’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PGA 투어는 글로벌 톱클래스 무대다. 이 무대에서 상위권 선수들은 보통 하나의 브랜드와 장기 계약을 맺는다. 플리트우드 역시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약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끈끈한 동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오랜 파트너십을 끝낸 그는 특정 스폰서십 계약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이른바 의류 부문의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것이다.
특정 스폰서가 사라진 이후, 그의 대회 복장은 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심지어 매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의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되었다. 그는 자유롭게 브랜드 의류를 혼합해 착용하고 있다. 어떤 날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새롭게 론칭한 의류 브랜드인 ‘선데이 레드’ 제품을 소화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페블비치, 디스커버리 듄스, 리비에라와 같은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의 로고가 박힌 옷이나 모자를 착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대회의 상징인 ‘골드 보이’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썼다. 스스로 골프장 프로숍에 들어가 일반 골퍼들처럼 기성복을 직접 사 입는 콘셉트의 익살스러운 홍보 영상을 촬영할 정도로, 그는 획일화된 스폰서십에서 벗어나 자신이 플레이할 때 가장 편안하고 기분 좋은 옷이 무엇인지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흥미진진한 패션 여정 속에서 한국 골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플리트우드가 국산 골프웨어 브랜드 **’매드캐토스(MADCATTOS)’**의 옷을 입고 PGA 투어 중계 화면에 선명하게 잡힌 것이다. 무대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였다. 이 대회는 총상금 2천만 달러가 걸린 PGA 투어의 특급 대회, ‘시그니처 이벤트’ 중 하나로 전 세계 골프 팬들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다. 이 대회 마지막 날인 최종 라운드에서 페덱스컵 챔피언 플리트우드가 가슴에 매드캐토스 로고가 뚜렷하게 새겨진 상의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수많은 갤러리와 카메라의 시선을 모았다.

매드캐토스는 글로벌 스포츠 문화 콘텐츠 기업인 왁티(WAGTI)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로, 현재 국내외 필드에서 맹활약 중인 황유민, 신지애, 양용은을 비롯해 이태훈, 이승택, 이정환 등 쟁쟁한 선수들이 후원을 받아 착용하고 있는 국산 브랜드다. 플리트우드는 매드캐토스와 어떠한 공식 후원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다. 매드캐토스 측의 설명에 따르면, 플리트우드는 그저 개인적으로 선물 받은 이 옷이 마음에 들어 대회 최종 라운드에 자발적으로 선택해 입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골프계 인사 앨리스터 캐머런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를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을 만큼 주목 받았다.
골프웨어에 관해서는 이처럼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며 즐거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플리트우드지만, 최근 또 다른 영리하고 매력적인 비즈니스 소식을 전해왔다. 1년 중 광고 주목도가 가장 높고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쏠리는 캘린더 상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단 일주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세계적인 거대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과 모자 전면 로고 후원 계약을 깜짝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그는 이번 시즌 남은 기간 동안 모자 정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블랙스톤의 로고를 달고 뛰게 되며, 블랙스톤 역사상 최초의 골프 글로벌 앰배서더가 되었다. 최근 블랙스톤이 인도 크리켓 챔피언 팀인 로열 챌린저스 벵갈루루의 지분을 인수하며 스포츠 부문에 뛰어들긴 했지만, 골프 영역에서 스폰서 비용을 지출한 것은 플리트우드가 처음이다.
이 계약의 이면에는 인간적인 사연이 숨어 있어 더욱 흥미롭다. 플리트우드는 매년 가을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PGA 투어 페블비치 프로암처럼 프로 골퍼와 셀럽 아마추어 골퍼가 함께 경기하는 이 대회에서 블랙스톤 사모펀드 부문 대표인 조지프 바라타와 여러 차례 동반 플레이를 하며 깊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플리트우드는 종종 이 대회에서 만나는 각계각층의 성공한 파트너들에게서 큰 영감을 얻으며, 스스로를 그룹 내에서 가장 덜 성공한 사람으로 낮추고 그들에게서 배운 교훈과 경험을 자신의 골프에 적용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말한다. 가치를 공유하고자 했던 두 사람 사이의 이러한 깊은 우정이 결국 상호 발전적인 대형 스폰서십 계약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팬들은 발레로 텍사스 오픈부터 새롭게 계약한 블랙스톤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출전하는 플리트우드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만, 그가 보여주는 의류에 대한 자유로운 탐험과 모험은 결코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블랙스톤 모자를 쓰더라도 입는 옷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택의 자유를 쥐고 있음을 팬들에게 강조했다. 다가오는 마스터스 대회에서도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적인 로고가 박힌 의류를 입으며 자신만의 멋을 뽐낼 계획이라는 예고도 잊지 않았다.
데뷔 이후 15년 이상 함께했던 나이키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걷고 있는 플리트우드의 이러한 이색적인 행보는 단순한 패션 스타일의 변화를 훌쩍 뛰어넘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톱스타로서 자신의 미디어 노출 파급력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획일화된 대형 스폰서십 패키지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유연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후원사를 다르게 구성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가고 있다. 대형 스폰서 계약이 대세인 PGA 투어에서 각 부문별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후원사를 개별적으로 유치하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자유롭게 입는 그의 방식은 파격적이다. 이런 플리트우드의 유연한 행보는 향후 프로 선수들의 브랜드 후원 모델을 다각화하고 전통적인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자극을 주는 새로운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스폰서 유니폼의 제약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과 자유를 표현하는 페덱스컵 챔피언 토미 플리트우드. 과연 그가 다음 라운드에서는 또 어떤 브랜드의, 어떤 독특한 스토리가 담긴 옷을 입고 나올지, 그의 ‘골프웨어 자유여행’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