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딸’에서 ‘세계 정상급 자매’로 성장하나… 고지원 국내 개막전 우승으로 증명한 ‘고고자매’의 시대

202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에서 ‘고고자매’의 동생 고지원(22)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비상을 알렸다. 고지원은 4월 5일 경기도 여주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더 시에나 오픈 2026’ 파이널 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서교림의 맹렬한 추격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고지원은 3라운드 7번 홀에서 자신의 생애 첫 홀인원까지 기록하는 등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다.

특히 이번 우승은 고지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데뷔 첫 승이었던 지난해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과 11월 S-OIL 챔피언십 우승이 모두 고향인 제주도에서 이뤄졌던 반면, 이번 우승은 생애 첫 ‘내륙(육지) 대회’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고지원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홀인원도 처음이고 육지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처음 해보는 것이 많아서 행복하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으로 고지원은 투어 통산 3승째를 수확하며 ‘버디 폭격기’로 불리는 친언니 고지우(24)와 통산 승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고지원은 “언니의 승수를 따라잡아서 기분 좋다. 내가 우승한 건 언니가 가르쳐줘서 된 것이어서 언니는 6승을 거둔 것”이라고 공을 돌리면서도, “언니 성격상 무조건 자극을 받을 것 같다. 같이 경쟁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승수를 쌓아가겠다”며 자매간의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이들 ‘고고자매’는 이미 한국 여자골프 역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해 6월 언니 고지우가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8월 동생 고지원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두며 KLPGA 투어 사상 최초로 ‘한 시즌 자매 동반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KLPGA 투어 역사상 박희영, 박주영 자매가 각각 투어 우승을 차지한 적은 있었지만, 단일 시즌에 자매가 나란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고고자매가 최초였다.

제주도 중문에서 나고 자란 이들 자매의 성공 뒤에는 남다른 땀방울이 배어있다. 합기도 관장인 아버지의 지도 아래 하루 6시간씩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고, 1시간 배차 간격의 버스를 타기 위해 전력 질주하며 연습장을 오가는 고된 주니어 시절을 보냈다. 호주 전지훈련 당시 36홀을 돌고 녹초가 된 상황에서도 언니 고지우가 앞장서서 동생을 독려하며 강인한 멘탈을 길러냈다. 강한 집중력과 승부욕을 무기로 공격적인 골프를 구사하는 언니와, 위기 상황에서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아 롤모델을 ‘부처’로 꼽는 평화주의자 동생은 서로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며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제 국내 무대를 평정한 고고자매의 시선은 좁은 한국을 넘어 세계 정상급 자매 골퍼들과의 맞대결로 향하고 있다. 현재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자매 돌풍의 대명사는 단연 미국의 코다 자매(제시카·넬리)와 일본의 이와이 쌍둥이 자매(아키에·치사토)다.

미국의 코다 자매는 탁월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를 호령해왔다. 언니 제시카 코다는 LPGA 투어 통산 6승을 거두었으며, 동생 넬리 코다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물론 2021년 위민스 PGA 챔피언십, 2024년 셰브론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6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 1위를 석권한 당대 최고의 선수다. 2018년 넬리 코다가 첫 승을 올렸을 당시 소렌스탐 자매, 주타누간 자매에 이어 LPGA 역대 세 번째로 자매 동반 우승 기록을 세웠으며, 2019년 솔하임컵에서는 대회 역사상 최초로 자매가 파트너로 동반 출전해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리를 합작하기도 했다.

미국에 코다 자매가 있다면, 이웃 나라 일본에는 무서운 쌍둥이 이와이 자매가 세계 정복을 노리고 있다. 2002년생인 쌍둥이 자매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언니 아키에가 6승, 동생 치사토가 8승을 올리며 두 자매가 무려 14승을 합작하는 괴력을 뽐냈다. 이들의 무대는 이제 일본을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쌍둥이 자매는 나란히 LPGA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 2025시즌 미국 무대 진출권을 따냈고, 지난해 5월 LPGA 투어 리비에라 마야 오픈에서 동생 치사토가 우승한 데 이어, 언니 아키에 역시 지난해 8월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성공적인 LPGA 투어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처럼 세계 골프계에 강력한 ‘자매 돌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고지우, 고지원 자매 역시 이들 못지않은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고지우의 공격적인 샷 메이킹과 호쾌한 비거리, 그리고 고지원의 정교한 아이언 샷과 탄탄한 멘탈은 KLPGA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무기다. 동생은 언니에게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배우고, 언니는 동생의 성장에 자극받아 더 높이 도약하는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고고자매는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코다 자매, 일본의 이와이 자매처럼 세계무대에서 함께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앞으로 10년은 더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LPGA 투어까지 정복하는 것이 목표”라는 당당한 출사표처럼, 통산 3승씩을 나누어 가지며 국내 무대 최고 반열에 오른 이들의 진정한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주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며 최고의 라이벌이자 단짝으로 성장한 ‘고고자매’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앞에 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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