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라이브] 17년의 한 풀었다… 1인당 48만 원, 매킬로이의 ‘역대 최고가’ 마스터스 만찬
매년 4월, 세계 골프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는 아주 특별한 전통이 있다. 바로 1952년부터 이어져 온 ‘챔피언스 디너’다. 매년 마스터스 주간 화요일 오후 6시 정각에 열리는 이 만찬은 전년도 우승자가 호스트가 되어 메뉴를 정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프라이빗한 행사다. 오직 역대 챔피언들과 마스터스 위원장만이 참석할 수 있는 이 배타적인 자리에서, 새 챔피언은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개리 플레이어, 타이거 우즈 등 살아있는 전설들 앞에서 긴장감 넘치는 스피치 신고식을 치르며 평생 잊지 못할 끈끈한 유대감을 나눈다. 외부에는 오직 한 장의 단체 사진과 사전에 공개된 메뉴판으로만 그 분위기가 전해지는 비밀스러운 모임이기도 하다.
올해 2026년 챔피언스 디너의 호스트는 북아일랜드의 영웅 로리 매킬로이다. 그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무려 17번의 끈질긴 도전 끝에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어릴 적부터 마스터스 챔피언이 되어 이 만찬을 주최하는 것을 꿈꿔왔던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전설들의 클럽에 입성했고, 선배들을 위해 그야말로 ‘역대급’ 식사를 아낌없이 준비했다.

이번 만찬이 전 세계 언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역대 최고가’라는 엄청난 식사 비용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매킬로이가 준비한 만찬은 1인당 318달러, 우리 돈으로 약 48만 원(약 240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호스트였던 스코티 셰플러가 치즈버거와 스테이크 등 캐주얼한 식단으로 지출한 1인당 108달러의 3배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이다. 또한 역대 최고가 2위였던 2022년 마쓰야마 히데키의 220달러, 3위인 2024년 욘 람의 18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최근 10년간 가장 비싼 챔피언스 디너로 기록되었다.

비싼 가격표만큼이나 메뉴 구성에는 매킬로이 개인의 인생 서사와 진심이 깊게 배어 있다. 챔피언스 디너는 호스트의 문화적 배경이나 스토리를 메뉴에 반영하는 것이 전통인데, 매킬로이는 캐주얼한 메뉴에서 벗어나 개인의 향수가 담긴 최고급 파인 다이닝을 택했다.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애피타이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메뉴는 **’염소젖 치즈와 아몬드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베이컨 말이’**다. 이는 다름 아닌 매킬로이 어머니의 시그니처 레시피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향한 헌정을 식탁 가장 첫머리에 올린 것이다. 이와 함께 복숭아 리코타 플랫브레드, 록 슈림프 템푸라 등 세련된 전채 요리가 곁들여진다.

독특한 식재료인 야생 사슴고기로 만든 ‘엘크 슬라이더’도 애피타이저에 포함되었다. 매킬로이는 작년 마스터스를 준비하며 이 사슴고기를 즐겨 먹었고, 이것이 우승을 이끈 든든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캐러멜라이징한 양파 잼과 구운 마늘 아이올리 소스를 곁들인 이 메뉴는, 모든 사람이 사슴고기를 좋아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호스트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메인이 아닌 전채 요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어진 첫 번째 코스에서는 푸아그라를 곁들인 바삭한 바게트와 ‘황다랑어 참치 카르파초’를 선보였다. 이는 작년 셰플러가 내놓은 텍사스식 칠리와는 완벽히 대비되는 럭셔리한 선택이다. 메인 코스는 참석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입에서 살살 녹는 최고급 와규 안심 스테이크와 완벽하게 구운 연어 스테이크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준비했다.

메인 요리를 더욱 화려하게 빛내주는 사이드 디시에서는 매킬로이의 세심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한 그릇 가득 먹고 자랐던 아일랜드 전통 감자 요리 ‘챔프’를 올려 자신의 성장 배경을 식단에 듬뿍 녹여냈다. 여기에 브라운 버터로 구운 당근, 볶은 방울양배추와 함께 마스터스 개최지인 미국 조지아주의 유명 특산물인 비달리아 양파로 튀겨낸 바삭한 양파 링을 곁들였다. 고향의 소울푸드와 개최지의 지역적 상징성을 세계적인 다이닝 속에 완벽하게 조화시킨 것이다.

다채로운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디저트로는 따뜻한 토피 소스를 곁들인 영국식 전통 디저트 ‘스티키 토피 푸딩’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 매킬로이는 이를 누구나 호불호 없이 좋아할 만한 확실한 요리라고 묘사했다.

식사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오거스타 내셔널의 전설적인 와인 셀러에서 명품 와인들을 직접 꺼내 대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그가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다. 훌륭한 스테이크와 좋은 와인의 조합은 역대 챔피언스 디너에서 항상 최고의 찬사를 받아온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골프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어머니의 따뜻한 레시피부터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던 야생 사슴고기,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자 요리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대접한 이 특별한 밤. 매킬로이는 자신이 고심해서 고른 이 메뉴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 로리 매킬로이의 챔피언스 디너는 단순히 1인당 48만 원이라는 값비싼 기록을 뛰어넘어, 17년이라는 길고 간절했던 기다림과 그의 인생 서사가 오롯이 녹아있는 감동적인 만찬으로 마스터스 역사에 깊게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