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이후 24년 만에 마스터스 2연패… 메이저 6승 포함 PGA 30승, 상금 66억원
2026년 4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로리 매킬로이(37·북아일랜드)가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맹렬한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친 극적인 승리였다. 이로써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 닉 팔도(1989~1990년), 타이거 우즈(2001~2002년)에 이어 마스터스 역사상 네 번째이자 24년 만에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우승 상금 450만 달러(약 66억 원)와 함께 2년 연속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된 그는 이제 완연한 ‘매킬로이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

압도적인 완벽함이 아닌, 가장 ‘인간적인’ 챔피언의 서사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 시절 보여주었던 압도적이고 자비 없는, 때로는 지루할 만큼 완벽했던 우승 방식과 달리 매킬로이의 이번 우승은 기복과 극복이 교차하는 가장 인간적인 서사를 보여주었다. 매킬로이는 타이거 우즈처럼 상대를 위협하며 정상에 오르는 방식을 거부한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그건 내 방식이 아니며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골프는 나와 내 골프 공, 그리고 골프장만 있는 놀라운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그의 우승 과정은 한 편의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2라운드에서는 기록적인 6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던 그는, 3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주춤하며 리드를 모두 잃고 공동 선두로 내려앉았다. 최종 라운드 초반인 4번 홀(파3)에서도 2.5m 거리를 남기고 스리 퍼트를 범해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압권은 마지막 18번 홀(파4)이었다. 티샷을 완전히 오른쪽 소나무 숲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71개 홀을 선두로 달리던 챔피언이 최종 홀에서 자신의 공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매킬로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18번 홀 티박스를 걸어 나오며 내 공이 어디 있는지 모를 때였다”라며 “공이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나무 뒤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저 스윙할 공간만 있기를 바랐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가진 멘탈 유지의 어려움도 가감 없이 고백했다. “골프는 긴 시간 동안 생각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장 정신적으로 도전적인 종목이다. 4일 연속으로 같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습 라운드 때는 13번 홀 티샷을 완벽하게 쳤는데, 대회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페어웨이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런 작은 일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며 선두를 다투는 압박감 속에서 흔들렸던 인간적인 멘탈의 굴곡을 숨기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와 ‘아멘 코너’에서의 결단력,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매킬로이를 지탱한 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선배의 조언, 그리고 끈기였다. 매킬로이는 대회를 앞둔 최근 몇 주 동안 딸 포피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개인 전용기를 타고 오거스타로 날아가 연습 라운드를 하고 저녁 식사 전 귀가하는 일정을 반복하며 오거스타를 마치 자신의 ‘홈 코스’처럼 누볐다. 그는 “잭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대회 전주에 가서 4일 동안 공 하나만 치며 실제 대회를 시뮬레이션했다”라며 자신도 그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상황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그의 진가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아멘 코너(11~13번 홀)’에서 발휘되었다. 3라운드에서 이 세 홀에서만 3타를 잃었던 매킬로이는 최종 라운드에서는 11번 홀을 파로 안전하게 넘긴 뒤, 12번 홀(파3)에서 환상적인 티샷으로 2m 버디를 잡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이 결정적인 12번 홀 티샷의 비결은 2009년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했을 당시 톰 왓슨과 함께했던 연습 라운드에서 얻은 귀중한 교훈 덕분이었다. 매킬로이는 “왓슨은 12번 홀 티박스에서 항상 바람이 어디로 불어야 하는지 느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라고 조언했다”라며 “오늘 티박스에 섰을 때는 우측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았지만, 11번 깃발을 보니 우에서 좌로 불고 있었다. 인내심을 갖고 바람의 방향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렸고, 완벽한 4분의 3 스윙으로 9번 아이언 샷을 쳤다”고 상세히 회고했다.
아울러 스스로 멘탈을 통제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도 사용했다. 순위표를 보며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에게 ‘목표 타수’를 설정한 것이다. 매킬로이는 “오늘 하루 15언더파까지 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설정하면 순위표를 너무 많이 보지 않아도 된다”며 “가끔 셰인 라우리 등 동료의 점수를 보곤 하지만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작년의 우승이 요행이 아님을 증명하며, 매킬로이 시대를 열다
작년 마스터스 첫 우승 당시 17번의 출전 만에 우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매킬로이는 올해는 한결 여유 있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입혀주는 그린 재킷을 걸친 그는 시상식에서 “작년에 우승했을 때 ‘내년에는 내가 직접 그린 재킷을 입겠다’고 말했는데, 회장님이 입혀주셔서 그 말은 틀린 셈이 됐다”고 농담을 던지며 “사실 작년 우승이 요행(fluke)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돌아왔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통산 30승이자 메이저 대회 통산 6승을 달성한 매킬로이는 유럽 골프의 전설 닉 팔도, 잉글랜드의 리 트레비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뛰어넘는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자신의 목표에 대해 매킬로이는 분명한 선언을 남겼다. “메이저 4승에서 5승까지 10년이 걸렸는데, 6승째는 훨씬 빨리 나왔다”며 “숫자를 정해두고 싶지 않고, 여기서 멈추고 싶지도 않다. 이 우승은 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밝히며 자신이 세워갈 끝없는 기록의 행진을 예고했다.

가족을 향한 사랑, 그리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삶의 태도
치열한 승부사 이면에 매킬로이는 다정한 가장이자 효심 깊은 아들의 모습도 잃지 않았다. 그는 시상식 연설에서 “가정에서 저라는 쉽지 않은 사람을 감당해 온 아내 에리카와 딸 포피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또한 “이번 주가 포피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주간이 되었다. 파3 콘테스트 때문인지, 선수 식당의 무제한 아이스크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다”며 미소를 보였다. 작년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부모님을 향해서도 “작년 우승이 부모님이 안 계셔서 가능했던 것이 아님을 증명하게 되어 기쁘다. 부모님이 제게 해주신 것의 절반만이라도 포피에게 해줄 수 있다면 저는 정말 좋은 부모일 것”이라고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1라운드 종료 후 “마스터스는 한 번 우승해 보면 두 번째는 좀 더 쉬워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던 자신의 발언을 현실로 만든 그는, 우승 인터뷰 말미에 이번 대회가 자신의 삶에 가르쳐준 교훈을 담담히 전했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좋은 일이 온다고 할까요? 목표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계속 가야 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꾸준히 나아가세요. 시간을 투자하고 올바른 것들을 연습한다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입니다.”
완벽한 로봇처럼 승리를 쓸어 담는 우승자가 아니라, 불안감을 안고 숲속으로 공을 날리면서도 결국 끈기와 노력으로 다시 페어웨이로 돌아오는 챔피언. 가장 인간적이기에 더욱 위대한 골퍼 로리 매킬로이는 그렇게 타이거 우즈 이후 다시 한번 ‘골프의 제왕’이 누구인지 전 세계에 선언하며 자신만의 찬란한 시대를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