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벽두, PGA 투어 ‘복귀 회원 프로그램’ 전격 발표

2022년 이후 메이저 챔피언 한정 ‘VIP 티켓’… 미켈슨·DJ는 불가

켑카, 2주 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출격 확정

막대한 ‘지분’ 포기하고 명예 택해… 욘 람·디섐보 행보 주목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 골프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LIV 골프의 얼굴’이나 다름없던 브룩스 켑카(미국)가 사우디 오일머니를 뒤로하고 PGA 투어로의 전격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2025년 12월 23일, LIV 골프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지 불과 3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PGA 투어는 12일(현지 시각), 2026 시즌 개막과 함께 브라이언 롤랩 신임 CEO의 주도로 신설된 ‘PGA 투어 복귀 회원 프로그램(PGA Tour Returning Member Program)’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브룩스 켑카를 위한, 그리고 잠재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소수의 슈퍼스타를 위한 ‘특별 사면’이나 다름없다. 투어 측은 팬 조사 결과 “최고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열망”과 “선수들의 시의적절한 복귀 문의”가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켑카를 위한, 켑카에 의한 ‘특별법’… 문은 좁게 열렸다

이번 복귀 프로그램의 핵심은 ‘철저한 선별성’이다. 누구나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어는 복귀 자격을 “2022시즌 이후 메이저 대회 또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로 못 박았다.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는 전 세계에 단 4명뿐이다. 이번에 복귀하는 켑카(2023 PGA 챔피언십 우승)를 필두로, 욘 람(2023 마스터스), 브라이슨 디섐보(2024 US 오픈), 그리고 캐머런 스미스(2022 디 오픈)가 그 대상이다.

이는 PGA 투어가 LIV 골프의 초기 이탈자들, 즉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패트릭 리드,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올드 보이’들에게는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갔음을 의미한다.

2022년 이전의 메이저 우승 경력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티렐 해튼이나 호아킨 니만처럼 실력은 뛰어나지만 메이저 타이틀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투어는 철저하게 ‘현재의 흥행성’과 ‘최고의 경기력’을 담보할 수 있는 선수만 골라 받겠다는 실리적 선택을 한 셈이다. 신청 기한 역시 2026년 2월 2일까지로 제한해, 사실상 간을 보지 말고 당장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 “돈보다 명예와 가족”… 켑카가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

켑카가 PGA 투어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막대한 ‘통행료’가 부과됐다. 표면적인 벌금은 자선 단체 기부금 500만 달러(약 70억 원)다. 하지만 숨겨진 기회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큰 페널티는 향후 5년(2026~2030)간 ‘선수 지분 프로그램(Player Equity Program)’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PGA 투어는 최근 영리 법인화와 함께 SSG(Strategic Sports Group)의 투자를 받으며 선수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롤랩 CEO는 선수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켑카 수준의 선수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가치가 5000만 달러에서 6000만 달러(약 840억 원)에 달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2026시즌 페덱스컵 보너스 상금(최대 2500만 달러) 수령 자격도 박탈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켑카는 약 1000억 원에 가까운 잠재적 수익을 포기하고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그가 LIV 골프에서 받았던 막대한 계약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액수다. 하지만 켑카는 성명을 통해 “재정적 페널티를 이해하고 수용한다”며 “가족과 더 가까운 곳에서 지내며 어릴 적 꿈이었던 PGA 투어에서 다시 경쟁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2주 뒤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이어지는 ‘WM 피닉스 오픈’에 출전 의사를 밝히며, 팬들과의 재회를 예고했다.

◇ 기존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 “피해는 없다”

PGA 투어 잔류를 선택하며 LIV의 유혹을 뿌리쳤던 로리 매킬로이, 스코티 셰플러 등 기존 선수들의 반발은 없을까. 투어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정교한 장치를 마련했다.

복귀 회원(Returning Member)은 기존 필드 정원 외 인원으로 추가된다. 즉, 켑카가 출전한다고 해서 대기 순번 1번의 투어 선수가 출전 기회를 뺏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시그니처 이벤트(특급 대회)에 스폰서 초청으로 나갈 수 없게 막아놓음으로써, 오직 실력으로만 출전권을 따내도록 했다. 이는 켑카에게 ‘특혜’를 주되, 기존 충성파 선수들의 ‘밥그릇’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투어 지도부의 고육지책이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선수 이사회가 이 결정을 승인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투어 내부에서도 “LIV와의 소모적인 대립보다는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켑카라는 ‘메이저 사냥꾼’의 복귀는 분명 투어의 흥행에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골프계의 ‘베를린 장벽’ 무너지나… 남은 3인의 선택은?

이제 시선은 남은 자격 대상자인 욘 람, 브라이슨 디섐보, 캐머런 스미스에게 쏠린다. 켑카가 뚫어놓은 이 ‘개구멍’으로 과연 다른 거물급 스타들이 뒤따라 들어올 것인가.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디섐보의 경우 최근 유튜브 등 개인 미디어 활동과 투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지만, 욘 람은 LIV 이적 시기가 늦었고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당장의 복귀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투어가 제시한 ‘2월 2일’이라는 데드라인은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압박이다.

켑카의 PGA투어 전격 복귀가 ‘포스트 LIV 시대’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2026년이 지난 4년간 골프 내전의 거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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