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세계 골프계의 지각판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LIV 골프의 창립 멤버이자 간판스타였던 브룩스 켑카가 PGA 투어 복귀를 확정 지은 사건은 단순한 이적을 넘어, 양대 투어 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전 세계 골프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쏠려 있다.

골프닷컴은 브라이슨 디섐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골프닷컴

켑카의 이탈로 인해 디섐보는 명실상부한 LIV 골프의 ‘최후의 보루’이자, PGA 투어가 탈환해야 할 ‘마지막 퍼즐’이 되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열린 LIV 골프 미디어 행사에서 감지된 묘한 긴장감은 현재 디섐보가 쥐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방증한다.

현재 디섐보 앞에는 골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갈림길이 놓여 있다. 외신의 분석과 현장 발언을 종합하여 디섐보의 선택지와 그에 따른 파급 효과를 심층 분석한다.

시나리오 1: LIV 잔류와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

가장 유력하면서도 LIV 골프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시나리오는 디섐보의 잔류다. 디섐보와 LIV의 초기 계약은 2026년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현재 디섐보 측은 LIV 수뇌부와 연장 계약을 협상 중이다.

2022년 LIV 합류 당시 디섐보가 체결한 계약금은 4년 반 기간에 약 1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7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켑카를 잃은 LIV에게 디섐보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는 단순한 선수가 아니라,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마케팅 아이콘이자 리그의 정체성 그 자체다.

전문가들은 디섐보가 재계약할 경우, 그 규모가 기존의 2배에서 최대 4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메이저리그(MLB)의 오타니 쇼헤이나 축구의 리오넬 메시가 받는 수준의 ‘메가딜’이 될 가능성이 크다. LIV 골프 CEO 스콧 오닐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디섐보는 골프 선수를 넘어선 세대적 재능(Generational talent)이자 완벽한 비즈니스맨”이라며 그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자금 지원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디섐보가 잔류를 선택한다면, LIV는 켑카의 이탈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고 장기적인 존속 가능성을 증명하게 된다. 반대로 그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안겨줌으로써, ‘돈으로 선수를 산다’는 비판과 ‘최고의 대우를 한다’는 평판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시나리오 2: PGA 투어 복귀와 ‘왕의 귀환’

두 번째 시나리오는 켑카의 뒤를 이어 PGA 투어로 복귀하는 것이다. PGA 투어는 최근 ‘복귀 멤버(Returning Member)’ 프로토콜을 발표하며 LIV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특히 디섐보와 같은 스타급 선수들에게 제시된 복귀 데드라인은 오는 2월 2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디섐보의 최근 행보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켑카의 복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소셜 미디어에 ‘비상구(Exit)’ 표지판 옆에 서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단순한 바이럴 트렌드를 따라 한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협상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레버리지(협상 우위)’ 전술 혹은 복귀를 암시하는 ‘이스터 에그’로 해석한다.

만약 디섐보가 PGA 투어로 복귀한다면, 이는 사실상 LIV 골프의 와해를 의미할 수 있다. 켑카와 디섐보라는 양 날개를 잃은 LIV는 단순한 시범 경기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반면 PGA 투어는 잃어버렸던 흥행 카드를 되찾으며 다시금 세계 골프의 패권국임을 선언하게 된다. 디섐보 개인으로서도 전통과 명예, 그리고 세계 랭킹 포인트의 정상화를 통해 커리어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선택이다.

시나리오 3: ‘제3의 길’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로의 독립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디섐보답기에 가능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독자 노선’이다. 디섐보는 최근 ‘프런트 오피스 스포츠(Front Office Sports)’와의 인터뷰에서 “풀타임 유튜버로서 활동하며 메이저 대회에만 출전하는 것이 매우 실행 가능한(Incredibly viable) 옵션”이라고 밝혔다.

이는 프로 골퍼의 정의를 새로 쓰는 접근이다. 이미 구독자 수백만 명을 보유한 그의 유튜브 채널은 웬만한 방송사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진다. 그에게 있어 버디와 보기의 스코어보다 중요한 것은 조회수와 구독자일 수 있다. 투어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며 4대 메이저 대회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이벤트형 슈퍼스타’의 탄생이다.

이 시나리오는 LIV와 PGA 투어 모두에게 위협적이다. 선수가 투어라는 플랫폼 없이도 독자적인 생존과 수익 창출이 가능함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디섐보는 “LIV와의 협상이 장기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 올해만 플레이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See what happens)”이라며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결론: 디섐보의 선택이 2026년 골프의 정의를 내린다

현재 디섐보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감정에 호소하거나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자신이 가장 즐겁게 골프(혹은 콘텐츠 제작)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켑카의 복귀로 촉발된 2026년 골프계의 지각변동은 디섐보의 선택으로 그 결말을 맺을 것이다. 그가 1,700억 원을 뛰어넘는 잭팟을 터뜨리며 오일머니의 수호자가 될지, PGA 투어로 돌아와 레거시를 이어갈지, 아니면 누구도 가지 않은 크리에이터의 길을 개척할지.

분명한 것은 그의 다음 행보가 단순히 한 선수의 이적 뉴스를 넘어, 프로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거대한 실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골프공은 티 위에 올려졌고, 드라이버를 쥔 것은 브라이슨 디섐보다. 전 세계가 그의 백스윙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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