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을 훑어보다가 눈을 의심케 하는 헤드라인을 발견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골퍼 중 한 명인 브라이슨 디섐보가 투어 생활을 접고 ‘풀타임 유튜버’로 전향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단순히 은퇴 후의 삶이 아니다. 메이저 대회만 출전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쏟겠다는, 전례 없는 실험이다.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지만,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톱클래스 선수가 투어라는 무대를 ‘옵션’으로 치부하다니. 호기심과 우려가 뒤섞인 마음으로 그가 인터뷰했다는 미국의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 매체 ‘프론트 오피스 스포츠(Front Office Sports)’의 원문을 찾아 읽었다.
디섐보의 이 발언은 냉혹한 계산 끝에 나온 ‘전략적 배수진’이다. 구체적으로 그가 유튜버가 되겠다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 전제가 깨졌을 때 작동한다. 첫째, 징벌적 위약금과 출전 정지를 감수하면서까지 PGA 투어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둘째, 현재 소속된 LIV 골프가 2026년 재계약 협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 즉, 양대 투어 어디든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독자적인 ‘1인 미디어 기업’으로 남아도 아쉬울 게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떤 투어에서도 뛰지 않고 유튜브에 집중하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했다.

“그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행 가능한(incredibly viable) 옵션이다. 장담한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그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 오히려 자신의 경기력을 날카롭게 유지해 준다고 확신했다.
“코스 레코드 시리즈나 ‘브레이크 50’ 챌린지를 진행하는 것이 토너먼트 골프를 위한 감각을 꽤 확실하게 유지해 준다(keep me quite dialed in). 재정적인 기회들도 거기에 충분히 있다.”
실제로 디섐보의 유튜브 채널(Bryson DeChambeau)은 현재 구독자 260만 명을 거느린 1인 미디어 왕국이다. ‘브레이크 50(Break 50)’은 존 댈리, 도널드 트럼프 같은 초특급 게스트와 레드 티에서 2인 1조 스크램블로 50타 깨기에 도전하는 도파민 폭발 콘텐츠다. 반면 ‘코스 레코드 시리즈’는 가장 어려운 백 티에서 코스 레코드 경신을 노리는 진지한 다큐멘터리다. 디섐보는 이것들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극한의 집중력을 요하는 ‘실전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디섐보는 최근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와 손잡으며 수익 모델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칼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최초의 합법적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 플랫폼이다. 기존의 스포츠 베팅이 도박사(Bookmaker)가 정한 배당률에 돈을 거는 구조라면, 칼시는 주식 시장처럼 참가자들끼리 미래의 특정 사건(예: 선거 결과, 금리 인상, 날씨 등)에 대해 ‘예/아니오’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거래소다. 디섐보는 이 플랫폼을 통해 “내가 다음 홀에서 버디를 할까?”, “오늘 50타를 깰까?”와 같은 마이크로 이벤트를 주식처럼 상장시켜, 시청자가 주주처럼 결과에 참여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

물론 이러한 예측 시장 참여는 도박 규정이 엄격한 PGA 투어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디섐보의 “유튜버 전향” 발언은 기존 골프계 질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우리는 2027년, 투어 프로가 아닌 ‘유튜버’가 마스터스 우승 재킷을 입는 기이한 장면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모든 것이 열려 있다”며 짐짓 여유를 부리는 디섐보. 그는 지금 골프라는 스포츠의 정의를, 그리고 프로 선수의 존재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과연 이것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신일지, 아니면 골프 생태계를 인질 삼아 자신의 몸값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블러핑(Bluffing)’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