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국가대표 홍수민(19)에게 2025년은 골프 인생의 도약기였다.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견뎌내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꽃을 피웠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9월 강원도 원주 센추리21 CC에서 열린 ‘제18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그녀는 사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했다. 2위를 무려 4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아마추어 무대만이 아니었다. 프로 대회인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도 쟁쟁한 프로 선배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공동 20위에 오르며 ‘베스트 아마추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준비된 스타였다. 그녀는 태국 방콕의 국가대표 훈련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12살 ‘성덕(성공한 덕후)’,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홍수민의 골프 인생에는 영화 같은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그녀의 롤 모델이자 우상인 ‘덤보’ 전인지와의 인연이다. 시간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 두 살이었던 골프 꿈나무 홍수민은 KB금융 스타챔피언십 갤러리로 찾아가 전인지와 수줍게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 한 장을 행운의 상징처럼 간직했던 소녀는 정확히 7년 뒤, 같은 대회에서 자신의 우상과 한 조로 플레이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선수와 한 홀 한 홀을 함께 걷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 행복이었다.” 홍수민은 그날의 기억을 “골프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동기부여”라고 했다. 전인지의 미소와 여유,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눈앞에서 지켜보며 홍수민은 골프 인생 2막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

 홍수민은 스스로를 “전형적인 골프 선수 MBTI인 ESTJ(엄격한 관리자형)”라고 소개한다. 그녀의 골프는 성격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장점도 기복 없는 ‘아이언 샷’이다. 흔들림 없는 샷으로 스코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이 홍수민의 승리 방정식이다. 냉철한 승부의 내면을 지탱하는 힘은 독서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시집과 에세이를 즐겨 읽었다는 그녀는 경기 중 찾아오는 극심한 긴장감을 책 속의 문장으로 다스린다고 했다. “실수를 빨리 잊는 성향이 장점이자 단점인데,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주문을 건다.” 독서를 통해 다져진 단단한 멘탈은 위기 상황에서 그녀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15번째 클럽이다.

◇ 6월 프로 데뷔, 그리고 세계 1위를 향한 티샷 

2026년은 홍수민에게 거대한 도전의 해다. 그녀는 오는 6월 아마추어 신분을 벗고 프로 전향을 준비하고 있다. 준회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해 안에 정규투어(1부) 시드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겨울 전지훈련의 테마는 ‘쇼트게임’과 ‘체력’이다.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위기 관리 능력과 시즌을 완주할 체력이 필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홍수민은 “결과는 통제할 수 없지만, 과정을 즐긴다면 언젠가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에 닿을 것이라 믿는다. 부상 없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랭킹 1위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전인지를 따라 다니며 응원하던 열 두살 갤러리 소녀는 이제 국가대표 에이스를 거쳐 세계 정상을 향해 날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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