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 60억 잭팟과 코리안 골프클럽의 등장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LIV 골프가 2026시즌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돈잔치로 막을 올렸다. 2월 8일 사우디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끝난 개막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코리안 골프클럽(Korea GC)’이 처음으로 참가한 것이다. 이 팀은 지난해까지 대니 리가 속해 있던 아이언 헤즈를 리부팅한 팀으로, 한국 골프의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창단 첫 경기에서 코리안 골프클럽은 최종 합계 44언더파를 기록하며 단체전 공동 8위에 올랐다. 올해부터 13개 모든 팀에게 상금이 배분되는 규정에 따라, 팀 상금 47만 5000달러를 확보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개인전에서는 캡틴 안병훈이 돋보였다. 안병훈은 마지막 날 5언더파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최종 합계 17언더파 공동 9위를 기록했다. 그는 개인 상금 41만 5000달러에 팀 상금 배분액을 더해 총 50만 4062달러(약 6억 7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이어 송영한은 공동 30위로 총 24만 5062달러를, 김민규와 대니 리는 공동 41위로 각각 총 21만 7062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이번 대회 주인공은 호주의 신예 엘비스 스마일리였다. 24언더파로 욘 람을 1타 차로 제친 스마일리는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그가 속한 호주 팀 리퍼 GC가 단체전 우승(합계 69언더파)을 차지하며 팀 상금 300만 달러를 추가해, 스마일리는 이번 대회에서만 총 456만 2500달러(약 60억 8000만 원)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LIV 골프는 올해 출범 5년 차를 맞아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54홀 경기 체제를 버리고 정통 72홀(4라운드) 방식을 전격 도입한 것이다. 이는 세계 랭킹 포인트(OWGR) 획득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글로벌 메이저 대회들과 보조를 맞추려는 변화다. 상금 규모 역시 대회별 총상금 3000만 달러(약 400억 원)로 상향됐으며, 이 중 개인전에 2200만 달러, 단체전에 800만 달러가 배정된다. 특히 단체전은 과거 상위 3개 팀만 독식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13개 참가 팀 전체가 순위에 따라 상금을 나눠 갖도록 개편되어 하위권 팀들도 운영 동력을 얻게 됐다.
2026시즌은 사우디 리야드 개막전을 시작으로 전 세계 10개국에서 총 14개 대회가 치러진다. 2월 12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기를 이어가며 홍콩, 싱가포르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무대를 확장한다. 이후 멕시코시티를 지나 미국 내 5개 도시와 스페인 안달루시아, 영국 등 글로벌 투어로서의 면모를 강화한다.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팀 챔피언십은 9월에 열릴 예정이다.
파트 2: ‘코리안 골프클럽’의 탄생, 민족주의 마케팅과 비정한 비즈니스


2026시즌 LIV 골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코리안 골프클럽(Korea GC)’의 탄생이다. 이는 단순한 팀 명칭 변경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LIV 골프 수뇌부는 지난해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대회의 폭발적인 흥행에 주목했다. 당시 한국 팬들이 보여준 특정 선수와 팀을 향한 열광적인 응원, 그리고 국가 대항전을 방불케 하는 민족주의적 열정은 LIV가 추구하는 ‘팀 프랜차이즈’ 모델의 가장 이상적인 표본이었다.

LIV는 이 성공 공식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아이언 헤즈’를 해체하고, 철저히 한국 선수 중심의 팀으로 리부팅하는 전략을 택했다. 팀 명칭을 국가대표팀을 연상시키는 ‘코리안 골프클럽’으로 명명한 것은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노골적이고도 확실한 의지였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의 냉혹함도 드러났다. 기존 캡틴이었던 케빈 나(나상욱)와 일본의 고즈마 진이치로는 팀 리빌딩 과정에서 방출됐다. 특히 고즈마는 구단으로부터 직접적인 통보조차 받지 못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방출 소식을 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철저히 성적과 흥행, 그리고 마케팅 논리에 따른 결정이었다.
새롭게 출범한 코리안 골프클럽은 자본력 또한 탄탄해졌다. 한화의 금융 계열사인 ‘한화 플러스’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의류 브랜드 ‘어메이징 크리’가 후원사로 합류하며 팀의 재정적 기반을 다졌다. 이는 LIV 골프가 지향하는 ‘포뮬러 1(F1)’ 방식의 팀 운영 모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F1의 페라리나 메르세데스처럼, 골프 팀도 하나의 기업이자 거대한 프랜차이즈로서 스폰서를 유치하고 선수를 영입·방출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팀 재편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중심에는 마틴 김이 있다. 아이언 헤즈 시절부터 팀 운영을 맡아왔던 그는 이제 LIV 골프의 동아시아 태평양 책임자로 승격되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의 골프 비즈니스 판을 짜고 있다. 과연 ‘국가대표’라는 상징성을 입은 코리안 골프클럽은 F1의 명문 레이싱 팀처럼 지속 가능한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마케팅을 위한 일시적인 프로젝트에 그치게 될까. 그 해답은 이번 시즌 성적표와 흥행 지표에 달려 있다.
파트 3: ‘사이공 탈출’ 작전인가? 흔들리는 LIV의 스타들

화려한 개막전의 이면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골프 저널리스트 앨런 쉽넉은 현재 LIV 골프의 상황을 두고 “마치 사이공 함락 직전, 마지막 헬리콥터에 매달리려는 형국”이라고 묘사했다. 배는 침몰하고 있고, 탈출하려는 자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LIV 골프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던 브룩스 켑카는 이번 달, 충격적인 PGA 투어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PGA 투어가 마련한 복귀 프로그램을 통해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조기 합류했다. 켑카의 이탈은 LIV 내부 동요의 신호탄과도 같다.

또 다른 주축 멤버였던 패트릭 리드의 행보는 더욱 절박하다. 그는 PGA 투어 복귀 프로그램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PGA 투어에서 뛰도록 태어났다”는 발언을 남기며 유럽 DP 월드투어를 경유해서라도 미국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괴물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다. 그는 현재 LIV 골프와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디섐보는 기존 1억 2500만 달러(약 1700억 원)로 추정되는 계약금을 4배에 달하는 5억 달러(약 6800억 원)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업 유튜버로 남아 골프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는 LIV가 야심 차게 도입한 72홀 체제 변신에도 반기를 들며 리그 운영 방식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물론 욘 람, 캐머런 스미스, 더스틴 존슨 같은 거물급 스타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핵심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 시도와 무리한 재계약 요구는 LIV 골프의 내부 결속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막대한 오일머니로 쌓아 올린 성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LIV는 이 이탈 러시를 막고 2026시즌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파트 4: ‘골프계의 프리미어리그’ 꿈, 난파선 되나

시간을 되돌려 2022년으로 가보자. 당시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LIV 골프를 출범시키며 내세운 비전은 명확했다. 바로 “골프계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축구의 EPL처럼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최고의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최상위 리그를 만들겠다는 야심이었다.

초기 전략은 적중하는 듯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상금을 앞세워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등 슈퍼스타들을 영입했고,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점은 2023년이었다. 브룩스 켑카와 브라이슨 디섐보가 LIV 소속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LIV 선수들의 실력은 진짜”라는 것을 증명했다. 급기야 2023년 6월,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 그리고 PIF가 전격적인 ‘3자 통합’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LIV의 승리는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3자 통합 협상은 기득권 싸움 속에 지지부진하게 늘어졌고, 그 사이 LIV 골프의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54홀 경기, 컷 탈락 없는 방식은 ‘이벤트 경기’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세계 랭킹 포인트(OWGR)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소속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길이 막혀버렸다.
메이저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스타는 잊혀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스타 영입은 답보 상태에 빠졌고, 기존 스타들은 랭킹 포인트 하락과 존재감 상실에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켑카와 리드의 이탈 시도는 이런 불안감의 발로다. 한때 골프 역사를 새로 쓸 거함으로 불렸던 LIV 골프는 이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난파선’ 신세가 됐다. 화려한 돈잔치 뒤에 가려져 있던 ‘경쟁력 부재’라는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파트 5: 최후의 승부수, 2026년이 운명을 가른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LIV 골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상황은 LIV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든든한 배경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 사정도 예전 같지 않다. ‘네옴시티’ 등 국가적 거대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밑 빠진 독처럼 돈을 붓기만 하는 골프 리그에 대한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우디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반면, 수세에 몰렸던 PGA 투어는 완벽한 반격에 성공했다. 미국의 스포츠 투자 그룹인 SSG(Strategic Sports Group)로부터 최대 30억 달러(약 4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본력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게 됐다. PGA는 이 자금으로 대회 상금을 대폭 인상하고, 스타 선수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주도하는 스크린 골프 리그 TGL까지 출범시키며 젊은 팬덤까지 흡수하고 있다.
PGA 투어는 이제 더 이상 LIV와의 합병에 목맬 필요가 없어졌다. 그들은 자본과 명분, 그리고 미래 플랫폼까지 모두 확보하며 LIV의 ‘골프 플랫폼 접수 야망’을 원천 봉쇄했다. 만약 LIV 골프가 독자적인 ‘골프의 프리미어리그’가 될 수 없다면, 사우디 국부펀드 입장에서도 더 이상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리그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결국 올해, 2026년은 두 거대 골프 권력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72홀 체제 전환이라는 LIV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할지, 아니면 PGA의 굳건한 성벽 앞에 무릎 꿇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전 세계 골프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자본과 자존심, 그리고 골프의 미래를 건 거대한 전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