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무대에서 고된 적응기를 거친 윤이나가 마침내 2026시즌의 문을 연다. 오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LET(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PIF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출전하는 윤이나는 대회를 앞두고 한층 단단해진 각오와 구체적인 시즌 목표를 밝혔다.
▣ 윤이나 “장타 돋보이는 완성형 플레이 만들 것”
Q1. 2026시즌 초반 주요 일정과 마음가짐은? “이번 리야드에서 열리는 아람코 시합(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을 시작으로 태국과 싱가포르를 거쳐 다시 미국 본토로 돌아가는 여정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 한 해가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비로소 ‘윤이나스러운’ 플레이를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Q2.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LPGA 투어에서의 첫 승이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하기보다, 매 라운드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 집중하려 한다.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다. 그렇게 기회를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LPGA 첫 승의 순간도 올 것이라 믿는다.”

Q3. 팬들이 주목해야 할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팀 구성을 더욱 단단하게 마쳤다. 덕분에 마음 놓고 나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작년에 아쉬움이 컸던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장기인 장타를 살리면서도 쇼트게임의 정교함을 더해 ‘완성형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500만 달러 ‘돈잔치’ 사우디 대회, 한국 선수 19명 출격

2026시즌 LET 개막전인 ‘PIF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는 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급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대회에는 윤이나를 비롯해 최혜진, 양희영 등 미국 무대 주역들과 방신실, 유현조, 배소현 등 KLPGA 강자함해 총 19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규모는 여자 골프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총상금은 500만 달러(약 73억 원)로, 5대 메이저 대회와 LPGA 최종전을 제외하면 가장 큰 상금액을 자랑한다. 우승자에게는 약 75만 달러(약 10억 9000만 원)가 주어지며, 준우승자 역시 수억 원대의 상금을 챙기는 등 파격적인 ‘돈잔치’가 펼쳐진다.

세계 랭킹 5위 찰리 헐(영국)을 필두로 타케다 리오(14위), 나사 하타오카(16위) 등 톱랭커들이 대거 참여하는 가운데, 특히 세계 100위권 이내 선수 38명 중 한국 선수가 13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한국 선수들과 글로벌 스타들의 우승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개인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만 승부를 가린다.
▣ 2025시즌 데이터 분석: 왜 부진했나?

화려하게 미국 무대에 입성했던 윤이나의 LPGA 데뷔 시즌은 ‘절반의 성공’ 혹은 ‘뼈아픈 성장통’으로 요약된다. 압도적인 장타력으로 무장한 그는 투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으나, 정교함의 차이가 성적의 발목을 잡았다.

1. 압도적 화력: 장타로 증명한 ‘빅게임 헌터’의 자질 윤이나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드라이버다. 2025시즌 그는 평균 272.94야드의 드라이브 비거리를 기록하며 이 부문 투어 13위에 올랐다. 단순히 멀리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티샷을 통해 얻는 이득 타수(SG: Off the Tee)에서 0.70으로 전체 6위를 차지하며 투어 최고 수준의 티샷 효율성을 입증했다. 또한 그린 안착률(GIR)은 71.45%(42위), SG: Approach는 **0.57(23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티샷부터 그린까지의 흐름인 SG: Tee to Green 지표는 **0.96(18위)**으로 샷 메이킹 능력만큼은 이미 우승권에 근접했음을 보여주었다.

2. 뼈아픈 급소: 그린 주변에서 잃어버린 타수 문제는 그린이 가까워질수록 발생했다. 샷으로 벌어놓은 타수를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모두 깎아먹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가장 심각한 지표는 그린 주변에서의 이득 타수(SG: Around Green)로, 윤이나는 여기서 -0.31이라는 처참한 수치로 투어 131위에 머물렀다. 벙커 세이브율은 **51.58%(22위)**로 나쁘지 않았으나, 일반적인 러프나 페어웨이 주변에서의 칩샷 정교함이 세계 무대의 까다로운 세팅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었다.

3. 퍼팅의 늪: 60위의 벽을 넘지 못한 결정적 이유 데뷔 시즌 발목을 가장 세게 잡은 것은 ‘퍼터’였다. 퍼팅 이득 타수(SG: Putting)는 -0.48로 전체 132위까지 밀려났다. 세부 지표인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30.18개(102위)**에 달했다. 결국 이러한 퍼팅 난조는 시즌 막판 독이 되어, 상금 순위 **63위($566,970)**와 CME 포인트 **63위(495.598점)**로 마감하며 단 3계단 차이로 시즌 최종전 진출권을 놓치고 말았다. 26개 대회 중 톱10 진입이 단 1회에 그친 것도 퍼팅 불안이 겹친 결과다.

▣ 급격한 변화가 부른 예견된 성장통: 장비 교체와 준비 부족

골프계에서는 윤이나의 부진을 두고 장비 전면 교체와 부족했던 준비 기간이 리듬을 무너뜨린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부족한 훈련량도 뼈아팠다. 2024시즌 종료 후 각종 시상식과 신규 스폰서 계약, 광고 촬영 등 대외 일정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동계 훈련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체력 비축과 샷 점검이 필요한 시기에 훈련량이 부족해지면서 시즌 초반부터 샷 감각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불안 요소는 개막전 컷 탈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시즌 내내 심리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KLPGA에서의 압도적인 위상과 대비되는 초라한 성적표는 신인에게 큰 압박감으로 작용했고, 한 번 잃은 자신감은 회복되지 못한 채 시즌 최종전 진출 좌절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 2026시즌의 과제: ‘방패’를 다듬어 완성형으로

윤이나의 2025년은 화려한 예고편이었지만 본편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SG Total 0.66(43위)**은 그가 분명 경쟁력 있는 선수임을 보여주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쇼트게임 지표를 반드시 플러스로 돌려놓아야 한다.
2월 11일 개막하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은 윤이나에게 중요한 시험대다. 윤이나는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후 1시 1분, 1번 홀에서 2026시즌 첫 티샷을 날린다. 비시즌 동안 정교한 쇼트게임을 얼마나 준비했는지, 장비와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는지가 이번 대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장타라는 강력한 ‘창’에 정교한 ‘방패’까지 갖춘다면, 2026년은 실망이 아닌 환희의 한 해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