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월드챔피언십은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의 1라운드에서는 2003년생 동갑내기이자 향후 10년 이상 세계 여자 골프계를 이끌어갈 두 천재, 한국의 ‘돌격대장’ 황유민과 ‘세계 1위’ 지노 티띠꾼(태국)의 행보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대회 첫날, 두 선수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황유민은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내며 3언더파 69타로 공동 8위에 오르는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반면 지난주 고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지노 티띠꾼은 버디 4개, 보기 5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치며 공동 36위로 다소 무거운 첫발을 뗐다. 하지만 컷 탈락 없이 4일간 이어지는 진검승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황유민이 LPGA 무대 진출을 앞두고 가장 함께 경기해 보고 싶은 선수로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다와 함께 지노 티띠꾼을 지목한 만큼, 두 선수의 맞대결은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다. 두 선수의 나이, 신체 조건, 비거리, 누적된 성적부터 필드 밖의 독특한 개성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비교 분석한다.

——————————————————————————–

1. 나이와 신체 조건: 162cm와 163cm, ‘작은 거인’들의 평행이론

두 선수는 놀랍게도 2003년생 동갑내기다. 지노 티띠꾼은 2003년 2월 20일생으로 이제 막 23세가 되었고, 황유민은 2003년 4월 17일생으로 생일이 두 달가량 늦다. 두 천재는 국적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지만 신체 조건에서 소름 돋는 평행이론을 보여준다. 지노 티띠꾼의 키는 1.62m (약 162cm)이며, 황유민 역시 163cm의 아담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세계 여자 골프계가 장신화되고 파워 골프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160cm대 초반의 두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경이롭다. 작은 체구라는 물리적 한계를 자신들만의 독창적이고 치열한 기술적 연마를 통해 완벽하게 극복해 냈기 때문이다.

——————————————————————————–

2. 비거리와 기술적 비밀: ‘지면 반력’의 폭발력 vs ‘85%의 마법’

신체 조건은 비슷하지만, 이들이 장타를 만들어내고 코스를 공략하는 방식은 완전히 대조적이다.

황유민: 야수 같은 ‘지면 반력’과 밤의 빈 스윙 황유민은 163cm의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가 트레이드마크다. HSBC 월드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그녀의 드라이빙 디스턴스는 270야드를 기록했다. 이런 괴력의 비결은 바로 ‘지면 반력(Ground Reaction Force)’에 있다. 왜소한 상체와 달리 강력하게 발달한 하체를 이용해, 다운스윙 시 발바닥으로 지면을 강하게 누른 뒤 그 반동으로 솟구치듯 점프하며 에너지를 볼에 전달한다. 백스윙이 정점에 달하기도 전에 하체가 타깃 방향으로 전환하는 독특한 타이밍은 현대 골프의 효율적 에너지 전달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이 장타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비거리의 한계를 절감한 황유민은 매일 밤 9시, 어두운 주차장이나 놀이터에서 헤드 없는 스틱이나 빈 클럽을 들고 30분씩 ‘풀 파워’로 휘두르는 특훈을 했다. 어둠 속에서 오직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에 집중하며 근육의 순발력을 극대화한 결과, 1년 만에 비거리를 20m 이상 늘리며 지금의 ‘돌격대장’으로 거듭났다.

지노 티띠꾼: 효율의 극치 ‘85% 스윙’과 크로스핸드 퍼팅 지노 티띠꾼 역시 작은 체구로 엄청난 거리를 보낸다. 1라운드 드라이빙 디스턴스는 무려 277야드에 달했다. 하지만 황유민이 야수처럼 힘을 폭발시킨다면, 티띠꾼은 무리하게 100%의 힘을 쓰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그녀는 자신의 최대 힘 중 85% 정도만 사용하는 이른바 ‘퍼스널 파워 존(Personal Power Zone)’을 유지하며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스윙한다. 백스윙 탑에서 왼쪽 손목을 활처럼 둥글게 구부리는 ‘보잉’ 동작으로 클럽 페이스를 직각으로 유지해 압도적인 페어웨이 적중률을 자랑한다. 또한, 티띠꾼의 강력한 무기는 ‘크로스핸드(Cross-handed) 퍼팅’ 그립이다. 왼손을 더 아래에 두어 스트로크 시 강한 오른손 개입을 막아내는 이 기술 덕분에, 그녀는 2025년 LPGA 투어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위(1.70개)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1라운드에서 황유민이 28개의 퍼트로 경기를 잘 풀어낸 반면, 퍼팅에 강점이 있는 티띠꾼은 34개의 퍼트를 기록하며 다소 고전한 것이 성적의 차이를 만들었다.

——————————————————————————–

3. 그동안의 성적: ‘LPGA 여제’와 ‘무서운 루키’의 커리어

지노 티띠꾼: 14세 천재 소녀에서 세계 랭킹 1위로 티띠꾼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전설적이다. 불과 14세 4개월의 나이로 2017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타일랜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프로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썼다. 2020년 17세에 일찍이 프로로 전향한 그녀는 현재까지 LPGA 투어 8승, LET 5승, 태국 투어 5승 등 통산 21승을 거두고 있다. 특히 직전 시즌인 2025년은 티띠꾼의 해였다. 한 해 동안 3승을 휩쓸며 평균 타수 68.681타를 기록, 2002년 안니카 소렌스탐의 대기록(68.696타)을 23년 만에 갈아치웠다.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2년 연속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며 2025년에만 757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베어 트로피), 상금왕을 모두 석권했다. 2022년에 이어 2025년 8월 넬리 코다를 제치고 다시 세계 1위에 올랐으며, 올해 2월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4언더파로 자국 대회 첫 우승까지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이다.

황유민: 큐스쿨을 건너뛴 한국의 지배자, 세계 무대를 정조준하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던 황유민은 2022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초반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KLPGA에서 통산 3승을 거두었으며, 대만 투어(TLPGA)에서도 1승을 거두며 프로 통산 5승을 기록 중이다. 그녀의 커리어 최대 변곡점은 단연 2025년 10월 하와이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우승이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마지막 18번 홀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악명 높은 LPGA 큐스쿨을 거치지 않고 미국 무대 직행 티켓과 2년 치 시드권을 거머쥐었다. 2026년 공식 신인 자격으로 출전한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당당히 공동 5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연착륙을 알렸고,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자가 뛰어드는 ‘포피스 폰드’ 세리머니를 꿈꾸며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

4. 개성과 특징: 강철 멘탈 속에 숨겨진 20대 청춘들의 반전 매력

코스 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사지만, 코스 밖에서는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평범하고도 독특한 20대 청춘들이다.

‘분유 투혼’과 페이커의 팬, 코인 노래방을 사랑하는 황유민 황유민의 자기 관리는 엉뚱하면서도 지독하다. 163cm의 작은 체구로 투어를 소화하며 급격히 빠지는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 밀도가 극도로 높은 ‘영아용 분유’를 챙겨 먹는다. 보물 1호로는 잰더 쇼플리로부터 직접 선물 받은 퍼터와 함께, 3년째 함께하며 정서적 안식을 주는 반려견 ‘도담이’를 꼽는다.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코인 노래방’이다. 혼자 가서 발라드는 의자에 앉아 부르고 댄스곡은 벌떡 일어나 리듬을 타며 1시간 이상 훌훌 털어버리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다. 또한 e스포츠 T1의 ‘페이커’ 이상혁의 열렬한 팬이며, 평정심과 진중함을 동경한다. 자극적인 마라탕을 좋아하지만 “평생 하나만 먹는다면?”이라는 질문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쌀국수’를 선택할 만큼 철저한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겉보기엔 앳되고 귀엽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단순명료한 강철 멘탈’이 그녀의 가장 큰 무기다.

‘빗속에서 춤을’ 외우는 긍정의 아이콘이자 가족바라기, 지노 티띠꾼 지노 티띠꾼은 어릴 적 병약한 몸을 이끌고 유튜브로 골프를 독학했다. 세차장과 미용실을 하시는 부모님의 생계를 돕기 위해 17세에 대학 생활의 낭만마저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한 깊은 효심과 가족애의 소유자다. 그녀의 멘탈 지주 역할을 하는 문장은 **“빗속에서 춤을(Dance in the rain)”**이다. 심한 압박감을 느낄 때마다 긴장과 흥분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즐기기 위해 이 주문을 왼다. 지난해 치명적인 4퍼트 실수로 우승을 놓치고 펑펑 운 뒤에도 “열한 번째 기회가 또 올 테니까 실패해도 괜찮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고, 한 달 뒤 5차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하는 엄청난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 거액의 우승 상금을 받고도 고향의 “매운 파파야 샐러드”를 먹고 싶어 하고, 다우 챔피언십에서 함께 우승한 인뤄닝과 단짝 친구로 지내는 등 따뜻하고 소탈한 인품을 지녔다.

결론: 세계 여자 골프의 황금기를 이끌 두 천재의 동행

황유민과 지노 티띠꾼, 2003년에 태어난 이 두 선수는 키 160cm대 초반이라는 체격적 공통점 외에도 실패를 배움으로 삼는 압도적인 멘탈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한계를 깨부수는 지독한 훈련과 노력이라는 짙은 평행이론을 공유하고 있다. 이미 세계 정점에 서서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지노 티띠꾼과, 두려움 없이 그 정점을 향해 돌격하는 루키 황유민. 국적도 스윙 스타일도 다르지만, 두 선수가 필드 위에서 펼쳐낼 선의의 경쟁은 향후 10년간 세계 여자 골프 무대를 수놓을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될 것이다.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